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장판타지 Oct 29. 2020

사장님 좋자고 하는 복리후생제도

복리후생은 근로계약조건이다? Yes.


흔히들 복리후생 관련해서 착각하는 것이 있다.

이건 사용자/고용주도 근로자/피고용인도 동일하게 하는 착각이다.

"복리후생이란 내(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것이다."는 통념이다.

완전히 틀렸다.

다름의 문제가 아니다. 틀린 것이다.


복리후생은 하나의 근로 계약의 조건이다.


이런 착각을 가지고 복리후생을 다루다 보니 이런 사례가 발생하기 일쑤다.

분기별로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문화행사가 복리후생인데, 회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돼서 모든 직원들이 바빠졌다. 영화 볼 시간이 어디 있나. 밥도 못 먹고 일하는데. 문화행사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다음 달에 하기로 공지를 내렸다.


대기업은 다를까?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입사할 땐 분명히 모 리조트 이용권이 복리후생이었는데, 계약 만료로 갑자기 못 쓰게 됐다는 공지를 내린다. 이건 좀 세게 말하면 "연봉을 깎겠습니다."와 같은 말이다. (회사들이 보면 우리가 누군지 찾아내서 죽이려고 들려나?ㅎㅎㅎ 우린 말은 이렇게 하지만 회사의 충실한 노예들입니다.)


비슷한 착각 중 한 예로, 법적으로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출산-육아휴직, 4대 보험, 야근수당, 야간-초과 근로수당, 주 52시간' 등을 복리후생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건 복리후생이 아니라, 안 하면 사용자/고용주가 철컹철컹하게 되니 착각하지 말자.




복리후생은 근로자를 위해 탄생했다? No.


오히려 사용자/고용주가 들으면 좋아할(?) 이야기가 있다.

복리후생은 계약조건이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계약사항에 포함을 안 시켜도 피고용인/근로자는 할 말이 없다.

그럼 신난 우리 사장님들, 다 같이 복리후생을 없애기로 담합을 해야 할까?

ㅎㅎㅎ반전의 반전이 여기 있다.

복리후생은 근로자 편의를 위해 있는 제도가 아니다. 

그 반대다. 

복리후생은 사용자/고용주 좋으라고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뭐가 좋냐고???


잘 설계한 복리후생 제도는 근로자가 업무에 더욱 잘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미국의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의 복리후생은 일반적으로 '보험(insuarance)'을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근로자라면 누구나 의료보험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험의 종류(class)와 제공 범위(coverage)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보험을 제공해주는지, 가족까지 혹은 서류상 가족은 아니더라도 동거인까지 제공을 해주는지에 따라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만일 남편이 아픈데 회사에서 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남편의 보험을 비교하고 병원을 알아보느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데 업무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남편까지 보험을 적용해준다면 나는 그 시간에 그저 평소처럼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잘 설계한 복리후생 제도는 근로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인다. 




복리후생의 트렌드


    전통적 복리후생의 종류로는 점심 식대, 출퇴근 버스(혹은 출퇴근 교통비), 여름휴가, 여름휴가비용, 하계 휴양소(콘도, 리조트), 체력단련비 같은 것들이다. 아직도 많은 회사들이 이런 종류의 복리후생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전통'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제공해오고 있는'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 복리후생 제도는 '다양성, 개인주의'를 폭넓게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이 발달하던 시기에는 8월 초 한여름, 공장이 쉴 때 다 같이 쉬어야 했고, 모두가 그때 여름휴가를 갔기 때문에 이런 일괄적인 복리후생 제도가 '먹혔다'.

    하지만 산업군이 다양해지고 근로자 개인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마다 연차 사용 일정도 다르고 선택하는 휴가지도 각양각색이 되었다. 누군가는 제주도를 가고 누군가는 해외여행을 간다. 어떤 사람은 타고난 근육몬이라 체력단련은 그만하고 싶고,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케어를 받고 싶어 한다.

    이런 개인의 니즈를 반영하여 탄생한 제도가 '선택적 복리후생'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연간 백만 원어치의 현금성 포인트가 들어있는 복지 카드를 제공해주는 것이 이에 속한다. 직원은 정해진 사용처에서 해당 포인트를 현금처럼 결제할 수 있다. 이러한 복지 포인트, 복지 카드 제도도 처음에는 자사 사이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했으나 점점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발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제도에 익숙해지자 더 이상 '복지 포인트/복지 카드'를 복리후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급여의 일부분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복리후생 제도를 도입한 초기의 목적인 '업무 몰입에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복리후생 제도는 '업무 몰입에 방해하는 요소를 일괄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별로 몰입할 수 있는 정도를 높여주는 요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직원 김냄준 씨는 일을 함에 있어 '체력'을 가장 중요시한다. 김냄준 씨에게는 건강검진, 월 PT 10회권을 제공한다. 직원 김태현 씨는 '멘탈'이 약한 편이라 멘탈빌딩이 중요하다. 이런 사람에게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다른 직원 민운기 씨는 '창의력과 트렌드'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민 씨에게는 도서구입비, 영화감상을 위한 '넷플릭스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더 좋은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회사는 무조건 돈을 많이 쓰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의 삶의 질 전체를 케어하려고 노력하는 회사인 것 같다. (이 정도로 노력하려면 결국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복리후생의 개념이 밥을 공짜로 주는 Benefit에서 근로자/피고용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케어하는 Health&Well-being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자 트렌드다. 회사 외부에서의 시간-삶, 개인의 삶이 회사 업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이를 인정하고 케어하는 것은 회사를 위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회사 소속 구성원/근로자로서 더 건강하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결국 우리 회사의 value를 높인다는 것을 아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딱 보면 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