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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판타지 Oct 29. 2020

내가 딱 보면 알지!

- 경력자 채용 -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

"지난 시간에"

        앞서 채용이 필요한 시점, '언제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요약하면 우리 사업장에 노동력이 부족할 때, 그리고 우리 사업장에 새로운 스킬이 있을 경우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 스킬을 보유한 직원이 없는 경우다. 

        이 경우에 채용 이외에도 외주나 사내 직원 교육과 같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인건비와 리소스 대비 채용이 더 저렴하거나 더 큰 레버리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채용하는 것을 고려해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여러 계산과 고민 끝에 다른 선택이 아닌 '채용'을 선택했다고 하면, 더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대체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


        대학생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동아리 회장직을 맡고 있다. 동아리에 새로운 사람을 뽑으려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당연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뽑는다고 할 것이다. 분야를 바꿔 게임 창작 동아리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기획을 할 줄 아는 사람,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즉 '기능(function) 별'로 사람을 뽑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코딩을 할 줄 아는 지원자들의 실력이 모두 다 동일하다면? 

        왠지 이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해도 된다. 실력이 동일하다면 "우리(=기존 구성원)랑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뽑으면 된다. 이렇게 우리 사업장에 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을 '직무 적합성(job-fit)'이라고 하고, 우리 조직이랑 잘 맞을 것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을 '조직 적합성(organizational-fit)'이라고 한다.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합성'을 어떻게 확인하냐고?  

그게 바로 '면접(interview)'이 필요한 이유다.



        '채용 면접'에서 봐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합성이다. 그런데 보통 면접 볼 때 질문의 반이 쓸모없는 내용이다. 지원자(intervieweE)의 직무적합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곧 그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 사업장에 그 스킬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 노동력이 부족해서 채용을 하는 경우라면 정말 쉽다. 그 자리에서 시연을 시켜보거나, 문제 상황을 제시한 다음 문제 해결 능력을 보면 된다. 인형 눈 붙이기 스킬이 필요하다면, 그 앞에서 인형 눈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붙일 수 있느니 시켜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사업장에 어떤 스킬이 필요하긴 한데, 면접자가 해당 스킬을 정말로 보유하고 있는 게 맞는지, 숙련자인지 확인을 하고 싶은데 나(경영진)를 비롯한 우리회사 조직원이 그 스킬을 다뤄본 적이 없어서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우리는 선한 사람들이니까, 이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니까, 지원자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상상만 해도 무서운 결과가 그려진다. 이런 경우에는 조력자를 찾아야 한다.

        그 스킬을 가지고 있는 지인, 벤더, 파트너사 등등 가진 네트워크와 리소스를 총동원해서 그 스킬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면접 테이블로 끌고 와야 한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쉽다. 프로그램 제작 PD나 제작진이 아이돌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게 아니다. 아이돌의 길을 걸어본 유경험자, 또는 아이돌을 키워낸 경력이 있는 프로듀서, 보컬 트레이너, 댄스 트레이너가 패널로 나오는 이유다.  

        우리사업장에 필요한 스킬을 갖고 있는 사람을 빨리 뽑아야 돼서, 우리사업장에 그 스킬이 아직 없는 게 부끄러워서 당장, 대충, 그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뽑으면, 말 그대로 '손해'다. 채용을 할 때마다 들어가는 시간과 그 채용에 할애하는 직원들의 월급을 계산해보면 피부로 와 닿을 것이다. 대략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이 한 달 중 이틀이라고 하면, 월급 2일 치를 길에 뿌리는 것이다.

        이제 피부로 와 닿은 손해를 회피하기 위해서, 아니 더 나은 우리회사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리며, 경험이 있는 사람을 면접관으로 초빙도 하고, 면접 도중 스킬을 증빙해내게 하기도 했다. 정말로 놀라운 숙련공이 우리회사에 지원했고, 그의 스킬에 우리 모두 반했다. 그래서 채용을 결정했다. 잘한 결정일까?



        물론 잘한 결정일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적어도 그의 직무적합성은 합격 도장을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패하는 조직들의 문제는 스킬의 부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사람이 문제야."라고. 



        여기서 말하는 사람의 '문제'는 단순히 '인성'으로 단정할 수 없다. 조금 더 복잡 미묘하게 말하자면 '우리 기존 조직원들과 잘 맞는지'가 중요하다. 지금은 개성과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다. 필자들은 사회적 감수성과 민감도와 트렌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추후 조직 구성에 있어 '다양성'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전체주의'와 같은 획일성을 주창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이 '잘 맞는다'는 것은 다 똑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회사라는 곳도 크건 작건 간에 한 커뮤니티다. 사회다. 아무리 사무실에 칸막이가 있고 각자의 연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A부터 Z까지 하는 일은 100개 중 1개다. 대부분 '일'이라고 하는 것은 공동 목표를 가지고 협업을 해야 이뤄낼 수 있다. 개인의 자리에서 부품처럼 일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만나서 톱니바퀴를 굴려야 하고, 각자 삐걱대는 부분을 부드럽게 만들어 굴러가게 해야 한다.  


그럼 면접에서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솎아낼 수 있을까?



연륜이 많은 우리 사장님들, 선배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딱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한 사람들이 있긴 있다. 나이를 먹고 경험치가 쌓이면 그 스탯이 실제로 올라가기도 한다. 딱 보면 성실한 사람 같고, 성격이 좋아 보일 수 있겠지만, 조직 적합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풀어내는 방식이 우리 기존의 조직원들과 비슷한지, 혹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식과 맞닿아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니 딱 본다고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대기업에서 공채 때 내는 인적성 검사 중에 자주 등장하는 지문이 있다. 내일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그런데 가족이 갑자기 아프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가 직접 아픈 가족을 챙긴다.

     나 대신 가족을 돌봐줄 사람을 찾는다.

     병원에는 그다음 날에 가고 회사일을 먼저 챙긴다.


        이 질문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기존 구성원들은 1번을 선택하는데 3번을 선택하는 지원자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갈등이 야기될 것이다. 가치관이 너무 다른 구성원들이 다양성을 가지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조직문화라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우리는 사람의 선한 본성에 기대어 매출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황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지원자를 선택하여 갈등 유발 상황의 확률을 채용-면접 시스템적에서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도의 심리전을 진행하면서 지원자에게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는다는 건 너무 잔인한 처사가 아닌가? 잔인하다기보다는 예의가 없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건 우리에게도 손해다. 이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가늠하지도 못한 지원자들이 메뚜기떼처럼 몰려들면, 그들을 가려내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다 회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면접관과 지원자 모두를 위해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 정보가 바로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이하 JD)'다. JD에는 직무를 담당할 사람에게 기대하는 스킬과 태도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소개팅으로 따지자면 우리회사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프로필 사진'이자 '조건'인 JD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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