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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태윤 May 14. 2024

그들은 좋아 보여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가사 - 1

바람이 불면 간지러워하는 들판을 봐 흔들거려도 내 풀잎은 느껴지지 않아

흙 땅과 맞닿은 맨살에 부끄러워하는 저 풀들과 다르게 난 생기가 돌지 않아

그들은 좋아 보여 All things they have are looking good

- AKMU(악뮤). (2014). 인공잔디. PLAY 수록. YG PLUS.


 나는 종종 서울로 올라가서 프리랜서인 친구를 만난다. 복층형 원룸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면서 프리로 디자인을 하는 친구인데, 결혼을 하기 전에 막연히 내가 꿈꾸고 생각했던 '독립한 현대여성'이 바로 이 친구의 생활이다. 친구는 비혼주의자라 결혼은 생각 없고 연애만 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자기 커리어를 쌓아간다. 프리랜서이기에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참 멋져 보였다. 그런데 친구는 일반 사무직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프리랜서는 벌이가 들쑥날쑥하고 일하는 곳과 생활하는 곳이 분리되지 않아서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힘들다고. 물론 고양이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고 출퇴근을 안 하는 것은 좋지만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산다고 했다.


 아는 동생 부부와 식사를 한 적 있다. 동생 부부는 맞벌이로 얼마 전 서울에 집을 샀다. 서울에 집도 있고 둘이 벌다 보니 수익도 많다. 나와 남편도 태안에 내려오기 전에는 맞벌이여서 수익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수익이 반토막이고 서울과는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 그 부부에게 은근히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식사를 하면서 대출금, 지옥철 출퇴근, 낡은 아파트, 불안한 고용 등을 하소연하기에 놀랐었다. 


 딸을 한 명 키우는 친구가 있다. 남편 외벌이지만 벌이가 좋고 집도 있다. 우리는 아이가 없고 낳을 생각도 없지만 그 친구를 보면 딱 정석대로의 삶 같아서 부러울 때가 있다. 딸도 착하고 예쁘고 남편도 다정하다. 집도 대출이 아니라 모은 돈에 부모님이 보태준 돈으로 산 집이라 한다. 그냥 좋기만 하고 부럽기만 할 것 같은 삶인데 그 친구는 자유로운 내가 부럽다고 한다. 


 그들은 좋아 보여. All things they have are looking good


 내가 태안에 내려오고 지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팔자 좋다'이다. 아이가 있어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나가 일을 하지도 않는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을 하고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그림이나 악기를 배우러 다닌다. 내가 생각해도 '어쩌면' 나는 팔자가 좋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이 부럽다. 


 그들은 좋아 보여. All things they have are looking good

 

 나의 생활은 장점만 있지 않고 단점도 한 가득이다. 인프라가 풍족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이 넘치는 서울에서 살다가 큰 병원 하나 없는 생활의 불편함. 친구와 가족들과 외따로 떨어진 지역에서 남편과 둘이 생활하는 외로움. 도전했다 번번이 좌절당하는 구직활동. 아픈 몸 등등


 아마 내가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어려움과 단점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이 내 삶의 단편만 보듯, 나도 그들의 삶의 단편만 보고 부러워한다. 


인공잔디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가짜가 좋아 보이지만, 인공 잔디는 진짜 잔디를 부러워한다. 인공잔디도 진짜 잔디도 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들을 부러워하지 마. 너도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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