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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보리 Aug 22. 2022

잔디 깎자니 비가 온단다

예쁜 마당이 갖고 싶어.


마당에 텃밭과 화분으로 인해 마당 여기저기 자란 무성한 풀과 잡초들이 자랐다.


'잔디 깎아야 하는데'


기계가 좋아져서 1시간이면 깎는다 하지만 주말에 약속이라도 있거나 늦잠 자고 TV를 보며 쉬기 바쁜 우리는 여름에는 더워서 마당에 잘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잔디깎이를 주저해왔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근교 카페에 나가서 잔디마당을 보며 좋다고 힐링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왜 우리가 집 놔두고 여기서 이러고 있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카페에 가면 야외 테라스와 마당 조경을 위주로 보는 편이다. 관리가 대체로 잘 되어 있다.


"이럴 시간에 집에 가서 우리도 잔디나 깎자"

"근데 또 비 온다는데"


"그래도"



여름에 여태 한 번 밀었는데, 비 온다는 핑계로 계속 미뤘었다. 비가 이미 꽤나 온터라 많이 자란 상태였다.


 특히나 귀찮은 이유는 화분을 옮겨서 깎아야 하니까 나 혼자 하기에는 무겁고 양이 꽤 많아서 남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당에 텃밭을 키우지 않거나 조경을 하지 않으면 잔디깎이도 훨씬 수월할 텐데 이럴 땐 좀 화분이 골치다.


그렇게 계속 미루다가, 지난 주말에 드디어 잔디를 깎았다. 텃밭도 이제는 먹을 만큼 먹은 오이와 토마토, 호박들을 정리했다. 뿌리째 뽑은 게 맞다고 해야 되나. 어찌나 자랐는지 2미터가 훌쩍 넘는 넝쿨들이 줄줄이 뽑혀나갔다.


'그동안 고마웠다, 덕분에 든든했어'








 잔디 깎이 두 가지 도구로 각자 맡았다. 흔히 보는 밀면서 자르는 도구는 남편이, 측면을 세밀하게 깎는 도구는 내가 맡았다. 잔디 깎는 것, 마음먹고 해야 할 정도의 귀찮은 일이지만 아직 나에게는 재미있다.


"위잉-"하고  모터가 돌면서 잘려나가는 잔디를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 마치. 이발하는 느낌 같다고 해야 하나. 막상 깎으면 이렇게 좋은 데 말이야.

왜 진작 안 밀었을까.




너무 길었다가 민 탓인지 몰라도, 여러 번 반복했더니 짧게 깎은 곳이 하얗게 머리가 새었다. 정원 이발사인데 이제 막 초보라고나 할까.


로봇청소기처럼 자동으로 깎아주는 로봇기계도 있던데 가격이 꽤나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 몇 번 쓰지도 않는데 말이야.


길이감 조절이 아직 조금 어렵다.


여러번 지나간 자리는 이렇게 표시가...


"이제 기계에는 능숙해졌으니까 다음번엔 다시 잘 밀어보자"

"그래, 그래도 한 게 어디야"

서로에게 관대한 편이다.


올여름은 유독 장마가 지나고도 비가 꽤 왔다. 그래서 한동안 놔뒀다가 오래간만에 깎아서 더 깨끗해 보였다.


오전에도 마당이 이슬에 젖어 촉촉한걸 보니 여름은 이제 다 갔구나. 그러고보니 벌도 보이지 않는다.

카페에 정원까지 아니더라도 잘 관리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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