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빠지지 않는 이유
시니어의 경험이 곧 인사이트라 여기며 하향식으로 진행되던 기획이, 이제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두고 '트렌드'라고만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건 기획이라는 분야 전체의 근본적인 변화다. 왜 이런 변화들이 생겼고, 기업들이 왜 이러한 직무 역량을 강조하는 것일까?
"이게 될 거야"라는 경험적 직관을 전달하면 그걸 실행하는 게 기획의 전부였다. 실패하면 "시장이 아직 준비가 안 됐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그 때에는 경험, 즉 연차가 높을수록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성공경험이 더 가치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며 '수직적'문화에서 '수평적'문화가 정착되었다.
서비스의 성공이라는 한가지 Goal을 바라보며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타당한 의견이 있으면 제시하고, 실행해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찌보면 돈을 받고 하는 미니 CEO로써,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단순히 '내가 불편을 겪었기 때문에 이 기능이 (or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할 순 없게 되었다. 해당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고, 예산이 필요하고,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와 논리적 지표, 전략을 가진 시도'를 통해 조직을 납득시켜야 리소스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시도가 성공을 갖는 것은 아니다. 실패해도 그 실패에서 배울 게 있다. "시장이 준비가 안 됐다"는 변명 대신 "이런 가설이 틀렸고, 이렇게 개선하면 될 것 같다"는 건설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일부 기업에서 유의미한 실패경험을 요구한다. 그 내면을 살펴보면 결국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작은 실험으로 검증한다. 유저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 피드백을 텍스트 마이닝하고, A/B 테스트로 효과를 측정한다. 코호트 분석으로 유저 그룹별 패턴도 파악한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도입된 게 아니다.
리스크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필연적인 진화다. 게다가 이런 방식
은 조직의 학습을 강화하고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한다.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한다는 말이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탓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여 무서울 수도 있겠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책임이 있으면, 정말 내 것이 된다. 설령 내가 부족한 역량이 있더라도, 내가 가진 모든 역량 + 부족한 역량을 채울 학습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내가 생각하는 '책임 소재'란, 그만큼 제품을 놓지않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하는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후회가 없을 판단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금은 최선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최선이었음이 분명하기에.
요즘 채용시장에서 시니어보다는 주니어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게 PM, PO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 지표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는 것.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짚을 수 있어야 해결방안이 다른 길로 분산되지 않는다.
결국 기획자의 역할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에서 '데이터와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나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기획자들은 이제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데이터는 현상을 보여줄 뿐, 그걸 해석하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