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의 <학벌사회>를 읽으며 일어난 각종 번민에 대하여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스스로 생각할 수 없고, 자기가 배운 많은 것들을 삶 속에서 반성하고 검증할 수도 없으며, 누구와도 참된 만남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곳에서 배움이란 자유로운 정신의 자기실현이 아니라 타자적 지식과 소외된 진리에 노예적으로 굴종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때 인간은 앎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거꾸로 지식과 정보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정신이 생각의 근원적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화될 때에는 정신의 다른 모든 재능들 역시 고사될 수밖에 없다. 그때에는 상상력과 창조성이 억압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어떤 창의적 재능이 꽃필 수도 없으며 학문의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이 땅의 학생들을 '공부'를 핑계로 학대하여 얻는 소득인 것이다. (김상봉, <학벌사회>, 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