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덕후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문보영 덕질하기
알아들을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자유롭고 이상한 말을 쏟아 내는 천일야화적인 책이었다. 한국어인데 외국어 같았다. 나는 이 외국어를 배운 적이 없는데 왠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니, 이해되기 전에 간파되었다. 이해는 나중에 오는 문장도 있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숙취가 가신 뒤에도 그 문장들은 여전히 엉뚱하고 괴팍하고 이해할 수 없음에도 아름다웠고 또한 슬펐다. 그 언어들은 내 마음 어딘가 자리하던, 이름 붙여지지 않던 감정과 슬픔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문보영, <일기시대>, 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