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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아빠 Aug 21. 2024

아버지가 가난했던 이유

남대문 옷가게 사장님은 왜 뻔뻔할까

나의 아버지는 1949년생이시다. 함흥차사와 냉면으로 유명한 함흥에서 5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나셔서 1950년 6.25 전쟁당시 2살의 나이로 온가족이 부산으로 피난을 오셨다. 피난 당시 하도 울어서 할머님이 다른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폐가에 버리고 오셨다가 눈에 밟혀 이틀만에 돌아가보니 여전히 살아있어 데리고 오셨다 하니 생존력 하나는 그때부터 타고 나셨던 것 같다.  

그 후 노가다, 휴지장사, 트럭운전, 슈퍼마켓, 떡볶이 포장마차, 중동 건설파견 노동자 등을 거치며 무일푼으로 시작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월급쟁이, 자영업자, 파견직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사셨다. 더욱이 그 시기 대다수 아버지들과는 달리 가정적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여 글을 읽고 쓰는 활동도 꾸준히 하셨다. 얼마전엔 그 당시 일기를 책으로 엮기도 하셨고 그걸 읽고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고 단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으니 아버지에게도 당연히 부족한 점이 있었다. 

바로 ‘돈 버는 능력’이 없었다. 


새벽부터 나가서 하루종일 주 7일 가족들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을 하셨지만 학창시절 우리 네식구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지하단칸방, 방 두개짜리 반지하, 산동네 난방이 안되는 집, 엘리베이터 없는 쥐나오는 빌라 꼭대기 층으로 옮겨 다니며 말그대로 네 명이서 살을 맞대며 살아왔다. 형님이 성인이 되어 군대 갔을 때 울먹이시는 부모님을 보며 처음으로 내방이 생겼다고 만세를 부르던 고등학교 때가 또렷이 기억이 난다.

물론 아버지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족간의 사랑과 희생에 더 큰 가치를 두며 훈육하셨고 그 덕에 가난하게 살았음에도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적 없이 성장하였다. 그것은 아버지의 큰 가르침이고 여전히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아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 왔지만 문제는 다들 우리집 같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은 꽤 높은 확률로 죽어라 열심히 노동하고 일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하고 그로 인해 불행한 개인 또는 가정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야 경제활동을 위한 이렇다할 정보나 교육 등이 없어 말 그대로 멘땅에 헤딩했다 치더라도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분야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창업교육, 면접교육, 마케팅교육 , 절세교육 등 스마트폰 터치 몇번 만으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올바른 교육을 실천을 하기만 하면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될놈될 안될알’ 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흙수저 금수저 론도 있고, 운을 탓할 수도 있고, 경제 탓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에 여부와는 관계없이 돈을 벌기 위한 필수 자질 중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뻔뻔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값이다.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 라는 책에서 나오는 표현을 인용하자면 나의 아버지는 안정지향적(Prevention Focus)인 사람이셨다. 가족들이 굶으면 안 되니까 반지하에서 쫓겨나 완지하로 다시 이사가면 안되니까 실패하면 안되는 일들만 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뻔뻔해야 한다. 사업을 하기위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만 하다 시작도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의 부재가 아니라 실패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한다 누구나 실패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뻔뻔해야 한다. 실패 좀 하면 어때? 라는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예로부터 동네 장사꾼들은 뻔뻔했다.  돈 잘버는 남대문 옷 가게 상인이 그러했고, 마장동 우시장 매출 1등 고깃집이 그러했고, 내가 사업 처음 시작 할 때도 그러했고, 돈 한푼 없이 조선사업을 하겠다고 영국 버클레이 은행에 대출 받으러 간 故)정주영 회상이 그러했다.

지금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획하지만 말고 일단 해보자.

Just Do it!  따지지 말고 그냥 해라! 그래야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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