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시와님의 노래를 들으며
감정은 '내 존재의 핵심'
시와님의 앨범 소개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도 감정은 날씨와 같은 것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화창한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듯이 기쁜 감정이 있으면 슬픈 감정도 있다.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인정하려고 한다. 우울과 슬픔, 불안과 죄책감, 열등감과 나태함과 같은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정의하고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피하는 것으로는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 남아 계속해서 마음에 영향을 준다. 특히 트라우마 상황 같은 것은 더욱 크고 구체적인 영향을 준다. 나도 포항 지진 그리고 대안 학교에서 겪은 사건과 같은 것들로 인해 과거로 계속해서 돌아가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찾았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다 보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고 결국 상담을 받게 되었다.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느낀 것은 '감정을 마주하자.'라는 것이었다.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 상황이 있었던 그때로 돌아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감정을 만져야 했다. 그 과정은 매우 아팠고 힘들었다. 때로는 탈진하는 것처럼 힘이 들었지만 계속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아프고 두려운 감정을 다뤘다. 너무 힘이 들 때는 안전기지를 설정해서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존재와 공간을 상상하며 잠시 쉬어가면서 '상한 감정'을 다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아픈 감정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 욕구'에서 나온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가 나를 어떻게 인정하는지는 몰랐다. 강한 인정욕구로 인해 성과나 결과가 나올 때만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여겼다. 전교 1등을 했을 때, 성적이 잘 나왔을 때,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착한 아들, 학생이 되어 스스로의 욕망을 억제했을 때만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는 시련을 주기에 언제나 내가 좋은 상태로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감정이 있을 때에는 그것을 온전히 누리면 된다. <괜찮아도 괜찮아>라는 노래 제목처럼 기뻐할 때는 기뻐하면 되고 즐기면 된다. 그러나, 사람의 진짜 가치가 드러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때다. 고요한 시간을 통해서 천천히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 안전한 관계(상담사, 슈퍼바이저, 멘토),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 좋은 감정을 다뤄봐야 한다. 겁을 먹고 그저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신형철 평론가가 썼듯이 인생은 중요한 것을 주어야 중요한 것을 내어준다고 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목숨이 가장 소중하고 그것을 쪼갠 시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감정에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회복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애도)을 보낸 부정적인 감정에는 부작용이 없다. 그 자체로 사라지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나는 이미 지난 경험이 되어 '공감'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나의 부정은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또 어떤 사람은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연정 작가는 말했다.
부족함이 없는 사람은 없다. 각자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그 서사를 악용하지 않고 온전히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회복할 수 있다. 그것이 스스로가 되어줄 수도 있고 또 신뢰할만한 타인이 그 한 사람이 돼줄 수 있다.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귀한가. 오로지 돈과 결과 그리고 경제적인 가치로만 이야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정과 회복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소중한가. 감정은 절댓값으로 다뤄야 한다. 마이너스도 플러스도 아니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 우리가 판단을 내리기 전에 비판단으로, 무비판적인 태도로 감정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상한 감정이 회복될 수 있는 첫 단계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