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에 관하여

근데 이제, 상담을 곁들인.

by 세 번째 달

한 때는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함께 시간을 사용해 준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처음으로 작은 마음 글쓰기라는 글 프로그램을 했을 때 와준 사람들. 또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 혈기 넘치는 열정으로 정말 많이 나댔던 나를 애정으로 감싸줬던 사람들. 특히, 나와 깊은 애정을 유지하며 부족한 점을 조언해 줬던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너의 상담가는 아니야.”라며 단호하게 아픔을 마구 발산하는 나에게 거리를 두었던 사람마저 지금은 고맙게 느껴진다. 당시에는 나를 밀어낸다고 생각하고 서운하게 느꼈지만 지금 생각하면 깊고 아픈 얘기는 돈을 내고 전문 상담가를 찾아가 얘기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었다. 그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주변에 아픔을 발산하고 다녔다면 많은 관계들을 해쳤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상담을 오래 받게 되었고 정말 많이 치유되었다.

미국에서는 좋은 회사의 기준이 그 회사 복지에 전문적인 심리상담 비용이 포함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얘기를 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상담을 받는 것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진짜로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거나 정신 질환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담을 잘 받으려 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상담을 받는 것이 비싸기 때문에 잘 받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의 건강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같이 관리를 해야 한다. 상담을 받는 것은 우선 내가 힘이 드는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무언가 문제 상황이 생겼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느낄 때부터 상담은 시작한다. 사실 헬스장에 찾아가는 것이 제일 어려운 운동인 것처럼 상담도 상담실에 내담자가 찾아오는 것이 가장 힘이 든다. 그렇기에 상담을 받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건강, 회복 점수를 획득하러 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직 아프다. 당시 사귀었던 애인과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중간에 있는 나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병이 더욱 깊어져서 안 좋은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모두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맥락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종교’가 가치관이 되어버린 우리 집안과 불교계에 종사하시는 아버지를 둔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좋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혼을 생각하고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어버렸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 견고한 관계가 균열이 나버리고, 그는 내게 아픔을 주었다. 그마저도 갈등의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쌓여 실수로 이어진 것이다.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의 가사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가 있다. 나도 그녀의 실수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2년이 지나서야 그 감정들이 소화가 되고 나도 회복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물론, 그녀가 했던 행동이 잘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족했고 실수를 저질렀던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서 ‘지금은 감정 과잉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을 책임질 수 있으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어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그렇기에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멘토들을 닮아져 있을 미래의 내 모습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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