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도 체력이다

화사씨의 말을 빌려

by 세 번째 달

"다정함도 체력이다."


예전부터 나는 체력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노래방에서 30분만 노래를 불러도 나가는 성대와 조금만 무리를 해도 바로 지쳐 쓰러지는 체력 때문에 늘 뭔가 삶을 50%만 사는 기분을 느꼈다. 특히, 몸무게가 104kg까지 나가게 되었을 때 비로소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이 찌기 시작하고 운동을 안 하다 보니 모든 게 다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해야 할 씻기, 청소와 같은 것들도 안 하게 되고 점점 사람이 폐인이 되어갔다. 밖으로 나가기 싫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더욱 싫어졌다. 삶을 살아낼 체력이 없으니 사랑이고 뭐고 다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거울을 보고 하게 되었다. 살이 쪄서 사라진 턱선과 터질 듯 나온 뱃살을 보고 운동을 억지로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운동 중에서 단기간에 제일 살이 빠질 수 있는 복싱을 선택했다. 아버지와 함께 복싱장에 갔다. 호랑이 관장님이 계셨다. 살이 이렇게 찐 건 안된다며 기초 체력 운동부터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그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게 올해 4월이다. 체력적으로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내게 일단 4km 걷고, 뛰는 것부터 관장님은 시키셨다. 유산소 운동을 한 후에는 헬스 기구로 가슴 운동과 어깨 운동을 시키셨다. 군말 없이 따라 했다. 특히, 먹는 것을 1/3로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확 음식을 줄였다.


그렇게 지금은 88kg이 되었다. 매일매일 운동을 해서 16kg 정도 감량에 성공했다. 운동에 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지혜로운 어머니께서 함께 복싱장까지 같이 걸어가 주었다. 억지로 갔다. 체력이 없을 때는 마음을 쓰는 것도 귀찮아서 주변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체력이 생기니 조금씩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다정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서 매일 연락이 오는 친구, 어떻게든 시간을 더 보내면서 마음 회복을 위해 도움을 주는 사촌 동생,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내가 사랑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신작을 보면 남편 이훤 시인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매일 누군가에게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체력을 지닌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매일 다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먼저 체력을 키워야 한다. 왜냐하면 다정함도 체력이기 때문이다.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귀찮아서 운동을 미루고 몸이 망가진 사람의 마음 상태 어떤 것이 더 다정함에 가까울까? 스스로를 케어하는 사람은 나에게 다정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나와의 관계가 다정함에 가까울수록 자신과의 관계가 좋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쌓아온 그 노력들이 나의 자부심이 되어주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훨씬 더 다정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독서도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독서도, 글쓰기도 사치가 될 수 있다. 다정함도 체력이라면, 육체적인 체력을 키우고 마음의 체력 역시 키워야 한다. 마음의 체력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근력 운동 하듯이 키워낼 수 있다.


다정함도 체력이라면, 여러분의 다정함은 어떤 상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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