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방어기제인 승화
"찬민아, 너는 승화하는 사람이구나."
승화란, 자아(自我)의 방어 기제의 하나. 정신 분석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충동ㆍ욕구를 예술 활동, 종교 활동 따위의 사회적ㆍ정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치환하여 충족하는 일이다.
은사님과의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다. 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삶이 정의되었다. 이때까지 힘들었던 어떤 감정들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다양한 심리적인 질환을 겪기도 했고 트라우마로 인해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계속해서 과거를 살 때도 있었다. 어떤 일만 하려고 해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말을 지속해서 했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낮게 보기 시작하니 말도 부정적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모든 순간에 노력하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대안 고등학교에서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 갔을 때 처음으로 수학이 90점에서 18점으로 내려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스스로 이제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찬민아,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너는 괜찮다."라고 위로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노력해서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나의 아픔을 예술을 통해 책으로 승화해 냈다.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봉사활동과 기부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 모든 삶의 과정을 들은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위의 문장이다. 승화하는 사람. 나는 이전까지 나 자신을 '뭘 해도 못하는 사람', '결국 과거로 돌아가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언어로 인해서 스스로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승화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내게 너무 멋지게 다가왔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계속해서 이 문장을 소중한 보물처럼 다뤘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올 때도 '나는 승화하는 사람이다. 나는 승화하는 사람이야.'라며 나를 돌봤다.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냥 아픔이 찾아오면 그대로 받아버렸다. 너무 아플 때도, 너무 슬플 때도 감정을 심하게 느끼면서 혼자만의 동굴로 도망쳐버렸다.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었다. 지금 내 모습이 너무 쪽팔려서,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도 지나갈 것이라 믿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한 사람의 말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녔는지 알게 되었다. 박준 시인의 수필집에 따르면 어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나 죽지 않고,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남는다고 한다.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말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계속해서 살 수 있는 힘을 준다. 왜냐하면 한 마디의 말은 가슴에 심겨 자라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살아 영향을 주는 말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너는 다른 친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마라."라고 말했던 선생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나를 보며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보듯 고개를 젓던 선생의 표정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 부정적인 기억들 역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긍정의 말은 더 큰 힘을 지닌다고 믿는다. 나는 그 부정적인 것들을 지우개로 지우듯 새로운 문장으로 써내라고 싶다. 나는 승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그림책이 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말을 더듬는다. 그래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발표 시간에 나와 아버지와 선생님께서 주신 사랑으로 놀라운 고백을 한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나의 과거는 아프고, 어두웠지만 나의 미래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겐 희망이 있다. 과거에 매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내가 승화하는 사람이란 문장 하나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사람의 말을 중요한 것이다. 강물처럼 말한다는 이 말이 너무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는 내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내가 내 자신을 응원해 줄 수 없다면,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자. 그렇다면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부디, 스스로를 정의하는 문장을 좋은 방향으로 찾을 수 있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