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인생을 사는 기술

책 속의 이야기

by 김영창

당신은 ‘고령화 사회’와 ‘장수 사회’ 중 어떤 말이 더 듣기에 좋은가?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나는 늙고 병든 집단을 연상하게 하는 고령이란 말보다는 장수라는 말이 훨씬 더 듣기에 좋다. 아직은 사회에 짐이 될 나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소중한 내 인생이 고령이라는 이유로 하릴없이 늙어가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길어진 인생의 기술’은 책 제목 그대로 고령의 나이보다 늘어난 수명에 집중해, 우리가 그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원서의 제목은 Die Kunst des Langen Lebens. 고결해야 할 생(生)에 기술이라는 단어를 접목하니 마치 책의 내용이 장수시대를 살아갈 요령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Kunst(쿤스트)라는 단어는 기술, 기능, 요령 외에도 예술이나 미술이란 뜻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니 의심을 거두어도 되겠다.


이 책은 길어진 삶을 삶답게 형상화하기 위해서,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짜야할 것인가를 일러주고 있다. 하나의 생명으로 몇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처럼 매력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 점에서 보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삶을 수정하거나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영국의 철학자인 이사야 벌린의 저서 ‘고슴도치와 여우’에 나오는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을 예로 들며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전해준다. 주변의 상황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한 가지의 일에 매진하는 고슴도치형과 실패를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고 이것저것을 시도하는 여우형 중에 길어진 인생을 살기에 적합한 타입은 어느 쪽일까?


“인생이 짧다면 하나의 일에 집중하여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긴 인생을 전제로 한다면 단연 여우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저자는 열정과 재능을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슴도치 유형 직장인들에게도 조언을 한다. 오늘날의 많은 실업자 문제도, 재직 당시 세상의 변화를 깨닫고 그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슴도치로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강요되는 변화를 사회적,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해 수성(守城)의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한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이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는 젊은이도 적응이 쉽지 않은 법이다. 시대를 좇을 것인지 나의 생각을 좇을 것인지는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유연한 사고가 갖는 자발성(自發性)의 차이를 강조한다. ‘유연한 인간’은 나이 들어서까지 삶을 형상화하는 전략을 개발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책의 중간에 인용된 쉐르프의 글은 첨삭 없이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쉐르프는 그의 책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후 Grau ist bunt-was im Alter moeglich ist>에서 “우리는 직장을 그만두었지, 인생살이를 그만두지는 않았다.”라고 선언한다. 인생행로가 직업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규정되던 현상은 노년에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직업이 더 이상 내 모습을 규정할 수 없을 때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삶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 나 스스로 내가 선물 받은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쉐르프는 쓴다.




자신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 노년은 더 성장하기만 하는 사람과 더 늙어가기만 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의미조차 고령의 나이가 아닌 개인의 관리 능력을 탓하는 시대다. 바로 ‘길어진 인생을 사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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