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침묵(Into Great Silence)

무비스토리

by 김영창

작은 기도실에서 미동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가끔 몸을 움직여 성호를 긋고 또 다시 기도에 몰두하는 수도사의 모습이 길게 비춰진다. 시간이 지나도 움직임이 없는 장면에 지루해진 나도 몸을 고쳐 잡고 수도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시 한번 세밀히 관찰해 본다.

종교가 에워싸는 강한 분위기가 전편을 사로잡고 있어 한참 만에야 내 생각을 찾았다.

이토록 긴 침묵의 시간에 이들이 갈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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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 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에 낯설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건 조금 다른 경험이다. 수도원이면 으레 들릴 법한 종소리나 찬송가 그리고 미사 장면 이외의 소리는 다 걷어 냈다고 할 정도로 수도원의 생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며 촛불 켜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부분 조명으로 실내를 밝힌 모습이 간간이 보이지만,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실제로 전등을 많이 쓰고 살지 않는다는 것도 느껴진다.


이 다큐영화는 인공적인 조명을 사용해 촬영을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노출 상태가 어두운 환경에서는 화면에 노이즈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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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처음 수도원에 다큐멘터리 제작 의사를 밝힌 필립 그로닝(Philip Groning) 감독은 제안 후, 15년이 지난 1999년에야 촬영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단, 조건은 일체의 제작진이나 인공조명 없이 촬영할 것과 작품에 나레이션(narration)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한 신문기자가 필립 그로닝 감독에게 ‘침묵’과 ‘수도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등을 물었다.


"그땐 제가 젊은 감독이었죠. 시간의 구조(structure of time)를 찍고 싶었어요. 시간을 영상에 담고 싶었다고 할까요? 시간을 예술로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영화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적합한 곳으로 샤르트뢰즈 수도원을 택했습니다."

"이것은 종교 영화가 아닙니다. 시간에 대한 철학영화이지요. 시간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간 삶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묵상적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2010.01.28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1/27/2010012701939.html



당신의 삶에서 시간이란 무엇인가?

‘침묵’이 당신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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