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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경 Aug 26. 2018

1. 날씨마저도 힘들게 하는 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오늘 하루 좋은 일로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인데 기분마저 좋지 않다면 제가 너무 슬플 거예요. 찜통 속에 든 만두가 된 기분인데 그 만두를 누군가 사겠다고 열어놓고선 "마음이 바뀌었어. 안 살래요"하고 다시 덮어버려 잠시나마 시원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에 던져진다면  스스로 터져버릴지도 모르죠.


요즘 같은 날씨에는 우리 모두 찜기 안의 만두예요. 만두끼리 너무 붙어있으면 서로 만두피가 붙어서 따로 떼어놓으면 터지고 찢어지죠. 그래서 우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에도 누군가를 터지게 하거나 스스로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오늘은 날씨를 핑계로 힘들다고 징징대 볼까요?


사우디의 날씨보다 서울의 날씨보다 덥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이 공간에서는 맘껏 짜증내고 불쾌한 일 털어놓고 가요. 제가 먼저 털어놓을까요? 저는 요즘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요. 하도 일이 많아서 그런지 더 이상 힘들다고 얘기할 곳도 없는데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나무라도 붙들고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듣기만 해달라고. 해결책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모두가 힘든 삶을 사는 걸 알기에 쉽게 나의 힘듦을 꺼내놓지 못해요. 하지만 겨우겨우 고민 끝에 우물거리며 꺼낸 "힘들고 지쳐"라는 말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그냥 무시해.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이 세상 어떻게 살래?"
"너 참 피곤하게 산다. 한 번 털어내고 잊으면 될 일 가지고 뭘 그리 끙끙대"

 

맞는 말이에요. 잊으면 그만이죠. 무시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속에 시커면 염증으로 쌓이는 걸요. 내가 아니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그저 "힘들었겠다"라는 위로이거나 무언의 공감인데 말이죠. 그 말로 우리는 다시 힘들어져요. 어디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더 힘들어져요. 아침에 나서는 발걸음은 이미 세상 모든 중력이 모인 듯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돌아가는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그저 날씨가 더워서 힘이 빠진 거라고 날씨에게 화풀이를 하려고요. 오늘 날씨가 참 사람 힘들게 하는 날씨예요. 그렇죠? 힘들어도 힘들다고 누군가를 다독여주기 어려운 날씨고, 말하기도 어려운 날씨고, 되려 듣는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해 내가 그 사람에게 힘듦을 넘겨줄지도 몰라요. 그러니, 날씨 핑계 삼아 우리 여기에다 화 좀 풀고 갑시다.


사람을 만두로 만들다니, 내 살점 떨어져 나가게 아프게 만들다니, 앞으로가 시작이라니,

날씨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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