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오늘 하루 좋은 일로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인데 기분마저 좋지 않다면 제가 너무 슬플 거예요. 찜통 속에 든 만두가 된 기분인데 그 만두를 누군가 사겠다고 열어놓고선 "마음이 바뀌었어. 안 살래요"하고 다시 덮어버려 잠시나마 시원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에 던져진다면 스스로 터져버릴지도 모르죠.
요즘 같은 날씨에는 우리 모두 찜기 안의 만두예요. 만두끼리 너무 붙어있으면 서로 만두피가 붙어서 따로 떼어놓으면 터지고 찢어지죠. 그래서 우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에도 누군가를 터지게 하거나 스스로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오늘은 날씨를 핑계로 힘들다고 징징대 볼까요?
사우디의 날씨보다 서울의 날씨보다 덥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이 공간에서는 맘껏 짜증내고 불쾌한 일 털어놓고 가요. 제가 먼저 털어놓을까요? 저는 요즘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요. 하도 일이 많아서 그런지 더 이상 힘들다고 얘기할 곳도 없는데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나무라도 붙들고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듣기만 해달라고. 해결책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모두가 힘든 삶을 사는 걸 알기에 쉽게 나의 힘듦을 꺼내놓지 못해요. 하지만 겨우겨우 고민 끝에 우물거리며 꺼낸 "힘들고 지쳐"라는 말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그냥 무시해.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이 세상 어떻게 살래?"
"너 참 피곤하게 산다. 한 번 털어내고 잊으면 될 일 가지고 뭘 그리 끙끙대"
맞는 말이에요. 잊으면 그만이죠. 무시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속에 시커면 염증으로 쌓이는 걸요. 내가 아니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그저 "힘들었겠다"라는 위로이거나 무언의 공감인데 말이죠. 그 말로 우리는 다시 힘들어져요. 어디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더 힘들어져요. 아침에 나서는 발걸음은 이미 세상 모든 중력이 모인 듯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돌아가는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그저 날씨가 더워서 힘이 빠진 거라고 날씨에게 화풀이를 하려고요. 오늘 날씨가 참 사람 힘들게 하는 날씨예요. 그렇죠? 힘들어도 힘들다고 누군가를 다독여주기 어려운 날씨고, 말하기도 어려운 날씨고, 되려 듣는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해 내가 그 사람에게 힘듦을 넘겨줄지도 몰라요. 그러니, 날씨 핑계 삼아 우리 여기에다 화 좀 풀고 갑시다.
사람을 만두로 만들다니, 내 살점 떨어져 나가게 아프게 만들다니, 앞으로가 시작이라니,
날씨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