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오늘 회사 비상계단을 가다가 잔뜩 버려진
쓰레기들을 봤어요.
또 사무실 한켠에 덩그리니 놓인 채
'고장'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모니터가 눈에서 지워지지 않아요.
꼭 언젠가 회사라는 집단에서
쓸만큼 쓰고 필요가 없어지면 건물 밖으로
강제로 튕겨나갈 내 모습같았거든요.
여러번의 해고, 당장 먹고 살기위해
저임금에도 고개 숙이며 감사하다고 일하던
저였기에 그런가봐요.
내가 일을 잘 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불만을 가지면 회사라는 큰 그림자가 내게
이렇게 말해요.
"너 아니더라도 이 자리에 올 사람은 많아"
알아요. 요즘은 일자리가 없어서 알바든,
계약직이든 그저 먹고살수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걸요.
그렇기에 나의 귀중한 시간을 글쓰기와
책읽기, 그림그리는 데 쓰지 않고 회사의 월급과
맞바꾸고 있는거니까요.
그러다가도 문득 그만두고 싶을때가 있어요.
언젠가 나도 고장난 모니터처럼, 쓰고 볼일을 다
끝내 떨어져 구겨지는 포스트잇처럼 될 것이란
걸 알게 되서 그런가봐요.
그렇기에 일하다가도 사무실의 작은 내 자리에서
깊고 깊은 고민 앞에 냉소를 머금은 회의감에
사로잡혀요.
당장 내가 회사에서 없어져도
그 자리는 누군가 대체할 거고, 나라는 존재는
언제 있었냐는듯 잊혀질 거예요.
그래서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릴때마다 멈칫해요.
요즘 자꾸 그래요. 내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요.
나는요, 아주 작은 곳이라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곳에서 지내고 싶어요.
내가 없어지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사람
형광등 교체하듯 수명이 다하면 갈아치워지는
부품이 아니라 한 개가 모자라 완성되지 못하는
퍼즐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글을 쓰나봐요. 내 글은 나만 쓸 수 있으니까. 글 속에서는 내가 있어야만 나의 글이 세상으로 나오니까,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나봐요.
나는 부품이 아니라 소중한 퍼즐 한 조각이라는
걸 각인시키려고요.
우리는 존재자체만으로도 희소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퍼즐조각인데 사회속에 들어가면
흔하고 흔한 사무실 비품이 되고, 고장나고 닳으면
버려지는 부품으로 변해버려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까지 내가 회사의
부품으로 끼워져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마지막 퍼즐 한 개가 되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래요.
우리 모두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함께해야 완성되는 퍼즐조각이 되어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가며 살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