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고 일기

by 백수희망생

대구에서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지역이 있다.

대구 서구다.

그리고 또 그 안에서도 서열이 나눠지는 데, 특히 소문 안 좋은 동네가 평리동이다.

나는 그런 평리동에서 15년을 살았다.

그리고 매주 7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구청에 경찰서 주변에 살던 나는 이 동네가 왜 치안이 안 좋은지 몰랐지만, 그 영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구두로 전해지는 소문이 어디서 기인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새벽 5시, 어쩌다 일찍 일어나 동네를 산책했다.

밤이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 특유의 이슬 냄새가 나는 도로변에서, 나는 고양이시체를 봤다.

벌써 네 번째다.

구체적인 통계 자료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은 객관적 수치보다 정확할 때가 있다.

치안이란 범죄 건수로 가늠할 수 있는 수치 말고도,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

길바닥에 고양이나 비둘기 사체가 오래 머무를수록, 나는 우리 동네의 치안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한다.

이런 사소한 분위기는 통계가 아닌 소문으로 그 동네의 인식을 만들어 낸다.

오늘 편의점 일을 하는 도중 할아버지가 개 목줄을 찬 채로 들어와 부탁했다.

“나 글 못 읽으니까, ATM기에서 돈 뽑아줘.”

어차피 거절하면 더 귀찮아지니, 흔쾌히 부탁을 들어줬다.

“비밀번호는요?”

“091711”

“그렇게 막 가르쳐주셔도 돼요?”

얼마 전에 이 ATM기에서 술집 마담이 손님 돈을 빼간 적이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실감했다.

어쨌든 안 도와주면 귀찮아질 테니, 비밀번호를 듣고 ATM기에서 돈을 뽑아줬다.

할아버지는 계속 서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강아지가 안 보였다.

“미루야!”

분명히 목줄을 채우고 있었는데, 어느새 목줄을 풀어주고 방치시킨 모양이다.

이 동네는 갓길 주차가 성행하는 도로변이다.

강아지는 목줄이 풀린 채 신나게 편이점 앞의 도로를 횡단했다.

“미루야! 이 시발 빨리 와!”

강아지는 주인을 무시하고 자유를 호가했다.

그러다가 우리 편의점 삼거리에서 트럭 바퀴에 몸이 짓눌렸다.

이렇게 이번 달에 나는 다섯 번째 사체를 봤다.

그 후, 할아버지는 트럭 운전사와 싸웠다.

트럭 운전사는 처음에 미안하다가, 할아버지 성질에 왜 개를 풀어놓았냐고 격노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육점 돼지고기 단면이 된 강아지를 보며 흠칫했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괜히 감수성을 키우면 흔히 보는 동물 시체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할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네가 좀 치워라.”

“이따가 치울게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치울 생각 없다.

곧 비가 오니까.


가을비가 거침없이 내리자, 미루의 사체는 좀좀 옅어졌다.

비가 계속 내리는 상태로 퇴근 후.

다음날, 출근하자 미루의 사체는 사라졌다.

대구 서구 평리동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패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