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일기

by 백수희망생

대학교로 가는 길에 터진 은행이 뒹구는 계절이 왔다.

은행나무는 아직 가을옷을 입지 못하고 새파란 여름의 청취를 남기고 있지만 이제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왔다.

가을은 옷 입기 좋은 계절이다.

지구의 이상기후 떄문에 가을은 점차 줄어들지만, 이 짧은 계절을 즐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이것도 가을의 마법인지 옷을 구매했다.

옷을 구매하고 후회했다.

생활패턴에 맞는 옷을 사는 게 현명한 소비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는 입을 수 있는 옷이 유니클로 츄리닝밖에 없다.

집에서 매일 5000자씩 글을 쓰다 보니, 밖에 나갈 일도 없고, 나가도 카페에서 또 글을 쓰니 이제는 청바지를 입는 것조차 귀찮아져 스웻 바지만 찾는 내가 있다.


그럼에도 바보 같이 또 옷을 샀다.

집에서 입고 나갈 새 옷이 있는 것만으로 외출 의욕이 생기는 것 같다.

사람들은 옷을 삶에 맞추지만, 나는 옷을 사서 내 삶을 바꾸려는 느낌이 든다.

가을의 마법이다.

최근 들어 생각났는데, 아무래도 이 마법은 내 나이대 친구들이 적지 않게 걸리는 모양이다.

거의 뭐 여자친구 만나듯 주에 세 번 이나 친구를 만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 너는 왜 맨날 입는 옷이 바뀌냐?”

“이거 가을옷이야.”

“근데?”

“가을은 짧으니까 최대한 뽕 뽑아야지.”

“아아, 그래서 최근에 그렇게 술 먹자고 한 거가?”

“옷 뽕 뽑으려고 했는데, 이러다 알코올 중독 걸리겠다.”

“그래도 덕분에 자주 보네.”


나는 친구와 시네마 맥주에서 소주 1병과 맥주 3병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소맥을 먹었지만, 안주가 맛있어 결국 우리 두 명이 팔만 원이나 나오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지금을 돌이켜보면 아마 지금 이때를 그리워할 것 같다.

10년이 지나 강산이 바뀌고, 겨울과 여름이 지나도 추억은 영원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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