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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적 Jan 29. 2024

배영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다.

아빠는 수영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물에 뜨는 법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기억으로는 꽤 오랫동안 수영을 배웠던 것 같다. 아직도 할 줄 아는 건 배영뿐이지만..


처음 배영을 했을 당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이 내 몸을 받치고 있는데도, 몸에 힘을 풀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그를 믿고, 나를 믿으며, 온몸에 힘 하나 주지 않아야 내가 물에 뜰 수 있다. 그도 믿을 수 없고, 나도 믿을 수 없었지만,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물이었다. 내가 온몸에 힘을 쫙 풀어버리는 순간, 물이 날 삼켜버릴 것 같았다. 


가끔 수영장에 가게 되면, 물에 몸을 맡기곤 한다. 햇살이 얼굴에 내리쬐고, 물속에 귀가 잠겨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웅웅 거린다.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여기 나 혼자 있는 기분. 자유롭게 표류하는 자가 된 느낌이랄까..  

그렇게 두려웠던 물을 믿고, 나를 믿어 물 위에 떴다. 

심장이 느리게 뛴다. 쿵.. 쿵.. 쿵.. 정신없던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힘 없는 팔다리가 물 위에 축 늘어져 있다. 무겁게 데리고 다니던 몸뚱이가 물 위에 펼쳐져 둥둥 떠다닌다. 나를 조이고 있던 벨트를 풀어, 뱃살에게 자유를 주듯.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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