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S(감각)-N(직관) 지표에 대한 고찰
전자공학을 전공한 필자는, 학부 시절 과제 발표 자리에서 GPU와 CPU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든 적이 있다.
“CPU는 교수님이고, GPU는 조교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 문제를 낼 때 교수님은 문제와 답안을 만들고 조교는 채점을 합니다.”. 참고로, CPU와 GPU는 컴퓨터(PC)에 들어가는 중요한 두 칩셋이다. CPU는 중앙 처리 장치인데,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척척 잘 해결한다. GPU는 그래픽 처리 장치인데, 이미지나 영상을 다루는 등 방대한 양의 반복 연산을 병렬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똑똑한 장치다. 이전에는 GPU의 활용 영역이 제한적이었고, 또 CPU의 보조 역할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5년 동안 GPU의 역할이 점점 커졌다. AI를 비롯해 병렬화가 절실한 일감이 계속 늘고있기 때문이다.
'교수님과 조교' 비유는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CPU가 하는 일로, 단순 반복 작업이지만 일의 양이 굉장히 많은 일을 GPU가 하는 일로 단순히 생각해서 만든 비유였다. 물론 이 비유는 어딘가 잘못되었다. 시험 문제를 낼 때 조교는 문제와 답안을 만들어 교수님의 검토를 받고, 나중에 채점도... 하지만, 새롭고 복잡한 일 VS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로 나누는 구도는 묘한 설득력이 있어서 10년도 더 넘게 지인들과 다뤄왔다. 그러니까 나름 해묵은 이야기인데, 이는 점점 발전해서 MBTI 성격유형과도 연결되어 N형과 S형을 나누는 조건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새롭고 복잡한 일을 선호하면 N형(CPU),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선호하면 S형(GPU)으로. 물론 이런 분류 기준은 전혀 검증된 것이 아니고 재미로 한 번 생각해 볼 꺼리다.
CPU와 GPU 두 친구는 MBTI 성격 유형의 S(감각)-N(직관) 지표가 어떻게 될까? CPU가 N이 높고 GPU가 S가 높을까? 참고로, S(감각) 유형은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것을 먼저 떠올리고, N(직관) 형은 대상이 연상시키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고 하면 얼추 맞는 설명이 된다. 예를 들어, 빨간 사과를 보면 S형은 색, 맛, 향, 모양 등을 먼저 떠올린다면 N형은 연상 이미지로 백설공주, 애플 컴퓨터의 대표 제품인 아이패드를 봉투에서 꺼내는 기가 막히는 시현을 보여준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다.
CPU와 GPU가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를 보면 참고가 될지 모른다.
CPU는 출근을 하자마자 갑자기 한 미팅에 초대되었다. 미팅이 끝난 뒤, 급히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업무들이 무엇이고, 각각 누가 맡아서 하면 좋을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동료에게 업무 분담에 대한 미팅을 오후에 잡아줄 것을 부탁한다. 어제 퇴근까지 끝내지 못한 브랜드 로고 디자인 업무를 하려고 프로그램을 켰는데, 마침 옆 부서의 동료로부터 작년도 무슨 자료가 어디 있냐고 연락이 온다. 기억이 나지 않아 과거 메일들과 컴퓨터 기록을 뒤져 A부서의 July에게 연락해 보라고 알려준다. 다시 디자인 업무에 집중을 하는데, 이번엔 상사가 뒤에서 작업물을 슬쩍 보더니, 방향을 이렇게 수정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디자인 방향에 대해 논의 한 끝에, 수정을 진행하되 동료 B 씨가 마감 작업을 도와줄 수 있도록 협의하고 다시 일에 몰두한다. 이래저래 일과가 다 지나고, 오늘처럼 갑작스러운 미팅 소집과 작업 방향 수정 등 예외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감안해 내일의 스케줄을 정리한 뒤 퇴근한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이 GPU의 출근을 반겨준다. 빈 노트와 공학용 계산기를 준비하고, 커피를 한 잔 한 뒤 엑셀 프로그램을 열었다. 첫 번째 서류를 보니, A자동차 엔진에 필요한 256가지 부품의 적정 교체 주기에 대한 검토 요청이다. 그리고 같이 있던 종이 뭉치는 256가지 부품에 대한 자료들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계산기를 이용해 적정 교체 주기를 계산할 수 있는 적당한 수식 모델을 검토해 본 뒤, 256가지 부품들의 주요 정보들을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중간에 동료의 연락이 있었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나중에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로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데이터를 입력한 뒤, 계산기로 검토한 수식을 메크로로 입력해 256개 부품의 교체 주기를 계산한다. 결과를 정리한 뒤, 다음 서류를 보니 이번엔 자동차 제동 장치의 512가지 부품의 교체 주기에 대한 검토 요청이다. 퇴근 시간 전에 가까스로 끝낸 뒤, 옆 자리에서 일하는 동료와 함께 퇴근하며 일과를 얘기했다. 동료는 오늘 하루 종일 B사 자동차의 부품 교체 주기를 검토했다고 한다. 내일은 비행기일 거라나 뭐라나.
최근 PC에 탑재되는 CPU와 GPU의 주요 기능을 고려해 직장 생활 이야기를 꾸며봤다. 이 이야기만 듣고 봤을 때 CPU와 GPU가 MBTI 감각(S)-직관(N) 중 각각 어디에 해당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