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결 Nov 28. 2020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는 줄 알았더니

 나의 장거리 연애

연애한 지 약 4년 그리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지 정확히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연인'이라 말할 수 있을까?



'2년이 지나면 돌아갈게..'라고 말하고 정확히 2년이 되던 날 내리쬐는 태양 아래 전화기를 들고 하염없이 울었다. 학업의 문은 열리지 않고 가족들과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던 뜨거운 그 여름, 내겐 아무것도 부질없어 보였다. 그깟 꿈이 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해야 하는 건지, 내가 가려는 이 길이 진정으로 맞는 건지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너와 나의 삶이 두려워 단 한 번도 꺼내지 못한 말을 나는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냈다. 



'나는 길을 잃었어.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한동안 침묵하던 너는 차가운 목소리로 내게 초심을 잃었다고 말했다. 보이는 성과가 아무것도 없는 내가 현재 자신감을 잃은 것이라고. 이루려던 목표를 다시 기억하라고..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다 너를 잃을까 두렵다'

이 말을 내뱉고 끝내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본 도시 한 복판에서 이 세상에 태양과 나만이 존재하듯 소리 내어 울었다. 너의 말이 위로가 되어서였는지, 담담한 그 목소리가 낯설었기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집에 다 왔다고 말하며 힘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은 너를 붙잡을 수 없었다. 



'너는 나를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나를 응원하는 것일까' 

전화를 끊고 알 수 없는 기분으로 홀로 중얼거렸다. 너는 어떻게 이토록 담담할 수 있을까. 이제 학업이 시작되면 우리는 지난 2년이 무색하게 4년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떨어져서 지내게 될 텐데 너는 무슨 마음일까. 마음 안에 피어오르는 수많은 물음표들을 재쳐두고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네가 말한 나의 초심만을 기억해보려 애썼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설 수 없다' 

머물지 않고 흐르며 존재하는 시간 앞에 나의 번뇌들도 한풀 꺾였다. 학교에 입학하고 새로운 환경이 시작되면서 나는 더욱 샛 병아리 같은 열정적인 모습을 되찾아 갔다. 지난 2년 동안의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에 감사하며 다시 이루고 싶은 꿈에 몰입해 나갔다. 



'앞으로 또 4년.. 괜찮을까?'

우리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그동안의 기다림에 대해 대단하다 말하며 우리의 미래를 응원한다. 하지만 나는 새로 시작된 이 장거리 여정이 겁이 난다. 행여나 네가 지칠까 봐. 아름다운 너의 젊음이 나로 인해 덜 빛나고 덜 행복할까 무섭다.



'각자의 길을 가자'

서로 다른 색으로 자리 잡은 꿈과 사랑 앞에 나는 여전히 고민하며 흔들린다. 시간 앞에 우리를 맡기면 너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나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 다가와 나를 흔들면 그저 그대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안의 너는 깊어져만 갔고 그리움 앞에 가슴이 점점 아파왔다.



'우리는 솔직해져야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이 사랑이 내 안에만 존재한다면 나는 언젠가 너를 떠나보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진실하게 서로 앞에 서야만 한다. 전화로 불러내어 얼굴 보며 대화할 수 없는 우리는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한 수많은 진심을 가슴에 품고 지금까지 왔다. 차마 마주할 수 없어 미뤄두었던 그 대화를 우리는 해야만 한다.



'나의 오랜 연인, 친구'

감정에 치우쳐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후회할 것이다. 아름다운 시절 함께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면 슬픔과 벅찬 사랑이 동시에 올라온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너의 세상이 너무도 달라져 어쩌면 이전의 기억처럼 아름다운 미래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귀 기울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서로의 부재가 익숙해지는 지금 우리는 연인이지만 연인이 아닌 상태로 존재한다. 어느 누구도 정의 내려줄 없는 우리의 현재,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너와 나의 미래,.. 이 긴 장거리 연애의 끝은 어떻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 인정받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오해받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