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필요할까요
의미는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갖고 놀던 장난감에서부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소중한 것, 내가 처음으로 갖고 놀던 물건, 옆에 없으면 불안한 애착 인형, 처음으로 받았던 소중한 선물 등 우리는 모든 행위나 물건에 자주 의미를 부여한다.
"이 꽃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에게 첫 번째 미션 중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으로 권성준 셰프는 꽃을 접시에 올린 것 때문에 미션을 성공하지 못했다. 안성재 셰프의 기준은 단순했다. "의미 없는 음식은 접시에 올라가선 안 된다."
권성준 셰프는 "꽃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며 반박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줄 때 사랑을 표현한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랑이라는 의미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꽃을 어떤 의미로 줄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가 필요할까?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게 하려고 접시에 꽃을 올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맛있으면 그 꽃도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고,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꽃의 의미는 퇴색하는 걸까?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음식 안에 담긴 의미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만약 서바이벌이 아닌 상황이라면, 음식이 충분히 맛있다면 의미 없는 '무의미' 자체도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읽는 책 한 권, 아침 운동, 가볍게 나누는 대화들… 이 모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사람은 언제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는 없고, 모든 행동과 물건에 의미를 담다 보면 우리의 뇌가 과부하를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일을 할 때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에 맞춰 행동한다. 하지만 가끔 나누는 아이스브레이킹 토크나 잠깐 갖는 휴식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그 의미 없음이 오히려 잠깐의 여유를 주는 것 아닐까?
모든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은 중요하다. 삶에 이유를 두면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삶에 이유가 없어도 된다고 본다. 삶은 그 자체로도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먹든, 마시든, 보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 하루 자체에 전념할 때, 그 무의미가 오히려 진정한 의미로 바뀌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