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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운 Oct 20. 2024

의미

항상 필요할까요

의미는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갖고 놀던 장난감에서부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소중한 것, 내가 처음으로 갖고 놀던 물건, 옆에 없으면 불안한 애착 인형, 처음으로 받았던 소중한 선물 등 우리는 모든 행위나 물건에 자주 의미를 부여한다.


"이 꽃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에게 첫 번째 미션 중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으로 권성준 셰프는 꽃을 접시에 올린 것 때문에 미션을 성공하지 못했다. 안성재 셰프의 기준은 단순했다. "의미 없는 음식은 접시에 올라가선 안 된다."


권성준 셰프는 "꽃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며 반박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줄 때 사랑을 표현한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랑이라는 의미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꽃을 어떤 의미로 줄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가 필요할까?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게 하려고 접시에 꽃을 올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맛있으면 그 꽃도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고,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꽃의 의미는 퇴색하는 걸까?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음식 안에 담긴 의미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만약 서바이벌이 아닌 상황이라면, 음식이 충분히 맛있다면 의미 없는 '무의미' 자체도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읽는 책 한 권, 아침 운동, 가볍게 나누는 대화들… 이 모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사람은 언제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는 없고, 모든 행동과 물건에 의미를 담다 보면 우리의 뇌가 과부하를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일을 할 때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에 맞춰 행동한다. 하지만 가끔 나누는 아이스브레이킹 토크나 잠깐 갖는 휴식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그 의미 없음이 오히려 잠깐의 여유를 주는 것 아닐까?


모든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은 중요하다. 삶에 이유를 두면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삶에 이유가 없어도 된다고 본다. 삶은 그 자체로도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먹든, 마시든, 보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 하루 자체에 전념할 때, 그 무의미가 오히려 진정한 의미로 바뀌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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