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스러운 자취 스토리
만 31살. 군대와 예전 여자친구와의 동거 경험(거의 내 돈을 쓰지 않았던)을 제외하면, 혼자 살아본 적 없는 내가 갑작스럽게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와 집 사이 거리가 멀어 언젠가는 자취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시작된 일이었다. 집도 핸드폰으로 대충 알아본 탓에 형편이 엄청 좋은 곳을 구하지는 못했다.
자취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가족이었다. 올여름 유난히 더웠다. 우리 집엔 넓은 평수를 커버할 시스템 에어컨 대신 캐리어형 에어컨이 있었는데, 밤마다 더위에 뒤척이기 일쑤였다. 부모님은 춥다고 하셨지만, 나는 더위에 지쳐 땀범벅이 된 채 출근하곤 했다. 이 상황이 점점 참기 힘들어졌다.
두 번째는 작은아버지의 말이었다. 명절 때마다 "언제 나가 사니?"라는 이야기를 은근히 던지셨다.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던 것 같긴 했지만, 매번 명절마다 반복되는 이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이유는 연애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면 연애가 자유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물론 지금의 자취방도 크기가 작아 제약이 있겠지만, 적어도 독립한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9월에는 집을 알아보러 다녔고, 10월에는 보증금 대출을 받느라 바빴다. 그 사이 금천구청에서 하는 베러데이 소셜클럽에도 나가고, 회사 업무까지 챙기느라 정말 정신없는 두 달을 보냈다.
이제는 12월, 연말이다. 자취 생활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겠지만, 지금은 한결 여유를 되찾았고 자취방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제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하며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