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3주차에 대해서
관악구 신림동으로 이사하면서 내 일상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회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며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사를 마치고 정리를 끝내고 나니, 외로움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외로움은 억누를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멈출 수 없는 분수처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더 증폭되는 기분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나는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려고 애쓰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다가갔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노력이 과연 제대로 된 방향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효율만을 생각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려 했던 건 아닐까? 아니면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깊은 노력이 필요했던 걸까? 한 사람의 마음의 1%라도 얻기 위해선 얼마나 더 다가가야 하는지 요즘 고민이 많다.
올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두 사람이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솔직히 말하면 배신감이 느껴졌던 관계였다. 내가 너무 믿었던 탓일까?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다. 두 번째 사람과의 관계는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내 감정의 저울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강아지 같은 스타일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감추질 못한다. 그 사람 앞에서는 내 모든 행동이 투명해지고, 실수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다가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순간에는 이성을 잃고 만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내 모습이 과연 선을 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올해 첫 번째 짝사랑은 동생을 통해 내 마음을 전했지만, 말도 안 되게 끝나버렸다. 지금의 짝사랑은 내가 자꾸만 선을 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민이 크다. 물론 외모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었는지는 물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모뿐만이 아니라 나의 행동과 진심이 그 사람에게 적절히 닿아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사실,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하늘은 늘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지금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하늘이 다른 사람들을 돌보느라 나에게는 관심을 둘 여유가 없는 것처럼.
그래도 나는 오늘이 안 되면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지쳐서 이렇게 글을 쓰거나, 술을 마시며 깊게 고민하는 날도 있다. 사실 무엇이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사람이 내 마음이 이 정도라는 것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바뀌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혼자 자취를 하며 지내다 보니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그 생각이 외로움을 더 키우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조차 결국은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을 넘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