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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ul 19. 2022

멍청 비용이 아니라 경험 비용이야.

나는 그렇게 유심에 이어서 집보험까지 멍청 비용을 쓰고 말았다. 속상한 마음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털어놓았지만 그럴 때마다 얼마 안 되는 돈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학연수는 돈 쓰러 간 거나 다름없으니깐 큰 돈 나가는 거 아니면 너무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야기한 게 아닌데…. 


결국 속만 더 상했다. 한국에 있었으면 절대 겪을 수 없었던 일이다. 게다가 나는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것이 싫어서 매년 올라가는 인건비 단가를 계산해서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덜 받은 금액을 소급 적용해서 받기도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나에게는 큰일이지만 친구들에게는 큰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수면유도제를 먹고 잠을 잤었는데, 이제는 그 수면제도 듣지를 않는다. 집보험만큼은 깨끗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밤늦도록 애를 태우다가 어학연수 수속을 담당했던 유학원에 연락을 했다. 시차가 있으니 메신저로 이야기를 했고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유학원이 메신저를 읽었는데 대답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했는데, 담당 직원이 당황하고 말았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답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었고 두세 시간 뒤에 답장이 왔다. 그리고 그 뒤에 이미 유학서비스는 끝났고 오픈 메신저는 서비스 차원에서 해당하는 것이 유의해 달라고 했다. 몸에 힘이 빠진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듣지도 않고 도와줄 수 없다는 말 밖에 하지를 않고, 유학원은 이미 서비스가 끝났다고 한다. 나도 안다. 이미 지급한 비용에 이런 서비스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사실 한국에서도 유학서비스가 끝난 것에 대한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오픈 메신저가 열리지만 서비스에 해당하는 항목이라며 담당자는 강조 했었다. 그때에도 좀 기분이 이상해서 절대 그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급한 마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화근이었다.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 발생한 일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기분이 더 나빠지는 것이 참 싫다.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면 마음이 급해져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고, 급한 마음에 조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아빠가 부탁하는 일들을 몇 번을 이야기할 때 기분 나빠했는데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속상한 마음을 품고 하루를 겨우 버텼다. 그런데 갑자기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고 있냐는 질문에 내 지인들은 ‘공공’에서 일해서 수많은 민원인을 만나서 따뜻하고 친절하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나의 엉뚱한 대답에 지인은 놀라며 물었고, 결국 속 사정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천천하게 들은 지인은 대사관 통역 서비스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니 꼭 전화해 보라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통역관 분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통역관 분께서 통역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몸에 상해를 입었을 때와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을 때만 가능하지만, 예외적으로 재산상의 손해로 볼 수 있다며 내일 은행에 가서 전화를 하면 도와주신다고 했다. 진짜 눈물 나게 고마웠다. 대한민국 만세. 외국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도와줄 사람이 생겼으니 다리 뻗고 자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이내 통역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외적’이라는 단어 때문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온 나는 알고 있다. 예외적이라는 건 담당자의 자의적인 해석이고 혹여나 통역서비스 제공한 성과를 보고할 때 예외적으로 1건이 적혀 있으면 상급자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나의 다급함 때문에 통역관분에게 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마음을 받은 거나 다름없으니 통역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마음이 풀렸다. 애써준 지인과 통역관 분의 마음으로 이미 그 서비스를 이용한 거나 마찬가지였고 해결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멍청 비용을 또 썼다며 자책했던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절대 멍청 비용이 아니라 정착 비용이고, 경험 비용이라고…. 한국에 있었으면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한 거니깐 괜찮다며 스스로 몰아세운 나를 괜찮다며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누군가가 속이려고 하면 발버둥 치지 말고 속임을 당하자고 생각을 했다. 누가 손해를 주려고 하면 온몸으로 다 맞기로 결심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속이고 손해를 주는 상대방은 발버둥 치려고 하면 더 하는 법이니, 그냥 온몸으로 파도에 맞서기로 했다. 나는 친구들의 말처럼 돈을 쓰러 온 것이니, 돈을 제대로 쓰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비용을 지불해 보자라고 생각을 하고 겨우 잠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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