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은 소낙비처럼 오고, 좋은 일은 가랑비처럼 온다.’ 어떤 야구선수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이다. 나는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이 문장을 되새긴다. 그런데 프랑스에서의 정착은 소낙비를 넘어 폭풍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어제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잠을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한국에서 엄마가 보낸 택배가 도착한다는 연락이 와 있었다. 20kg 가까이가 되는 여러 옷가지와 집기구, 그리고 제일 기다리던 방충망이 들어있는 택배이다. 연신 언짢았던 마음이 이 메시지 하나에 풀리는 듯하다.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을 다녀왔다. 택배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집에 일찍 돌아왔다. 그런데 관리실 앞에 내 이름이 씌여 있는 택배스티커 하나가 붙어 있다. 스티커는 배송을 했던 시간과 함께 찾으러 오라는 간단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20분을 걸어 택배가 있는 장소로 갔다. 택배를 건네주는 직원이 자동차 가지고 왔어?라고 물었고, 아니라고 대답했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히 들고 가라고 이야기했다. 큰 상자를 들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고 다시 들기도 하며 이리저리 굴리면서 다시 20분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나를 보며 같은 건물에 사는 아저씨는 괜찮냐며 연신 물어봤다. 요즘 프랑스는 이상 기온으로 매우 덥다. 그리고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더운 날로 40도가 가까이 되는 날씨였다. 나는 모두가 걱정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그 더위를 뚫고 집에 온 것이다.
택배를 뜯기 전에 의아한 마음이 계속 들어 택배 송장을 보았다. 그리고 잘못 적혀있는 나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억울해서 엉엉 울었다. 엄마와 나는 택배 위탁 배송을 시켰다. 프랑스는 코로나 이후에 도착하는 국제 택배에 관세를 과도하게 붙이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체국을 통해서 받는 택배들은 배송 전 별다른 연락이 없고 배송지에 사람이 없는 경우 직접 우체국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관세를 조금 피할 수 있고, 집으로 직접 배송을 해주는 위탁배송업체를 택한 것이었는데 위탁업체가 전화번호를 잘못 적는 바람에 나는 안 해도 되는 일이 또 발생하게 된 것이다. 나와 전화로 연락을 할 수 없었던 택배 직원은 결국 택배 스티커만 남겨둔 채 돌아간 것이다. 심지어 택배가 배송되었던 시간에 나는 집에 있었다. 그러니 억울함은 더 커져만 갔고 크게 터져버렸다.
모든 것이 다 싫다. 프랑스에 살면서 제일 필요한 핸드폰 개통과 은행 계좌 개설에서 큰 난행을 겪었고 택배 배송이 가중시켰다. 너무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하지만 가장 싫은 건 그 프랑스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신사와 은행을 사용해야하고, 한국에서 다시 택배를 받는다면 그 배송업체를 또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싫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