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9살이다. 지금 한국식 나이 폐지(일명 만 나이)를 법적․사회적으로 통합한다고 하니, 조금은 어려지지만 사십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사십은 나이별 이칭에 따르면 불혹이다. 불혹, 세상일에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를 말한다. 시쳇말로 거지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4년 전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팀장들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성실하게 끊임없이 성희롱을 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자꾸 말을 바꾸며 신뢰를 잃었고 팀원들의 성과를 가로채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능력 없이 평생 을로만 살아와서 갑과 을을 명확히 나누며 나는 병이 되길 원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 같지만,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능력하다는 것.
이렇게 나이 들고 싶지는 않았고 사십을 향해 열심히 달리게 되면서 결단을 내리고 싶었다. 이 세 사람을 반면교사로 좀 더 능력 있게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다시 학교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분야의 연구원들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면서 모두들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있어서 국내는 포화상태였다. 자연스럽게 해외 박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기 전, 포르투갈을 마지막으로 여행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을 소위 나의 인생 여행지가 되었다. 유네스코로 지정된 문화유산보다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 그리고 문화유산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동안 수없이 여행을 다녔어도 언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외국인에 대한 무서운 마음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참 편안하게 여행했다. 그때의 그 미소와 친절이 그리워서 나는 해외 박사로 진학을 굳히게 되었다.
이제, 공부할 나라를 결정해야 한다. 공부할 나라를 결정하는 가운데, 영미권은 터무니없이 비싸 유럽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실험적인 연구를 하는 나라는 한국에 돌아와서 적용이 불가능할 거라는 이유에서 제외가 되었고, 싫어했던 팀장이 공부했던 나라도 제하다 보니 몇 개의 나라만 남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프랑스행을 결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