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 홍보팀으로 들어가기까지
드디어 내가 클라이언트=갑이 되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대응만 하던 내가
계속해서 요구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즉 갑이 된 것이다.
모든 에이전시가 그렇겠지만
PR 에이전시는 돌발 업무가 많다.
칼퇴라는 것은 무의미하고,
미친 듯이 쏟아지는 이 일을 끝내는 시간이
곧 퇴근이다.
오후 5시 30분에 새로운 일을 당연하게 밀어 넣는 클라이언트는 영화나 드라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3년이 흘렀고,
드디어 내가 인하우스 홍보팀에 가게 되었다.
그것도 누구나 아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팀의 디지털 PR 담당 마케터였다.
정성껏 적어놓은 이력서를 보고 다행히 여럿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받았고, 소중한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보는 이직 인터뷰는 무척이나 치밀하고 숨 막혔다.
낯설고 긴장되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3번의 면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3번이나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 그랬다.
나의 첫 회사는
연차를 쓸 때 휴가를 꼭 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겨우겨우 연차를 쓸 수 있게 된다면 연차 날 나의 동선조차도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그런 회사였다.
총 3번의 면접 중 1번은 '편의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거짓말을 하고 다녀오기도 했다.
택시를 타고 오는 1분 1초가 얼마나 숨 막혔는지
지금도 그 순간의 긴장이 선명하다.
인터뷰에 대한 간단한 팁을 이야기하자면,
유명한 회사의 담당자는 구글링을 해보면 좋다.
생각보다 쉽게 상사들의 얼굴을 알 수 있고,
얼굴을 알게 되면 긴장이 다소 풀린다.
1,2차였던 실무 면접(팀장님, HR 상무님)을 위해서는 내가 면접을 보고 있는 회사의 현재 온라인 홍보 활동에 대해 꼼꼼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나름대로의 분석 리포트를 작성했고,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제안서를 준비했다.
이 방법은 꽤 진부하지만,
회사에 지원하는 나는 이직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회사 담당자는 외부인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에 대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거의 통과된다는 마지막 사장님 면접에 나는 다양한 의미로 가장 긴장했었다.
누구나 아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s의 부사장 출신이셨고, 무엇보다 여자 대표님이셨다.
50대의 성공한 여성을 1:1로 만나 평가받는 자리는
두려우면서도, 꽤 설레었다.
굉장히 강한 인상일 거라 생각했던 대표님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미소와 사람에 대한 존중이 묻어있는 말투가 묻어있었다.
내가 드디어 회사를 다니면서 40대, 더 넘어서는 50대까지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의 마지막 날,
나의 두 번째 회사에 첫 출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