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to 6
이직 첫날, 나는 팀장님과 함께 층층을 돌며 각 팀장님과 팀원분들에게 인사를 했다.
경력직으로 인사를 하는 자리이다 보니
3년 전 첫 회사를 입사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긴장감이 들었다.
통유리로 청담 사거리가 보이는 사무실에 내 자리가 있다니. 내가 정말 인하우스 마케터가 되다니.
찰칵- 팀장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시간에 책상 사진을 찍었다. 멋있다.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브랜드와 관련된 뉴스를 정리해서 매장에 계신 직원분을 포함해 전 직원분들에게 발송하는 것이다.
우리 팀이 관여해서 만들어낸 기사라면 조금 더 강조하여 전달한다.
관련 내용을 모두 DB화한 후, 브랜드 내부의 데이터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그 뒤 이탈리아 본사에서 온 메일들을 중심으로 흐르고 난 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들과 관련된 파트너 업체에서 온 메일을 읽는다.
광고 에이전시, 행사 에이전시, 마케팅 에이전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제안서를 받고, 내 생각을 첨가하여 팀장님께 보고 드린 후 우리 브랜드와 가장 잘 맞는 아이디어를 추려낸다.
시즌별로는 본사에서 내려온 아이템 리스트를 번역하여, 우리나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한다.
나는 디지털 경력의 마케터였기 때문에
하루 걸러 변하는 온라인 환경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나의 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다.
다만, 브랜드의 결에 맞는 경제력 있는 타깃이 있는 채널 위주로 플랜을 짜야하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거나 광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채널은 최대한 지양했다.
노출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PR이었고, 나머지는 광고였다.
당시 PR 활동 중 가장 트렌디했던 것은 단연코, 인플루언서 마케팅였다.
당시에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이 현재보다 많지 않았다.
SNS 속 패션 인플루언서들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했고, 그들을 초청한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 활동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행사에서 만난 그들과의 인맥에 집중했다.
광고의 경우, 말 그대로 자체적인 바이럴 효과보다는 시즌 이미지를 예산만큼 때려 박는 형식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는 네이버 메인에 예산만큼 광고를 했지만, 당시에는 네이버의 세부적인 타겟팅이 안됬었기 때문에 글로벌한 플랫폼이 아닌 만큼 본사 승인을 받는데 매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챙기던 일은
네이버 모바일 앱이나 카카오톡이 업데이트되면
새롭게 노출할 수 있는 광고영역을 살폈다.
각 채널에서 새롭게 미는 서비스는 무조건 선점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서비스로 노출 비용도 저렴할뿐더러
가끔은 베타 서비스로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 무료로 노출해 주기도 한다.
패션 브랜드였기 때문에 매번 돌아오는 시즌별 VIP 및 매거진 행사, 매장 리뉴얼 프로모션 등 행사는 정말 끝이 날라 치면 다시 돌아왔고, 이를 뒷받침하여 온라인에서 부스팅 하는 이슈 플랜을 에이전시와 끊임없이 논의했다.
디지털 마케터로서 끊임없이 했던 고민은 럭셔리 브랜드에 맞는 마케팅 활동이었다.
기존에 담당했던 매스 브랜드에서는 MZ 타깃을 자체적으로 바이럴 될 수 있는 흥미로운 활동 방법을 찾았다면,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는 브랜드를 지키는 선 안에서 트렌디함을 지켜나가야 했기에 더욱 큰 고민이 필요했다.
입사 1주일 후 진행된 행사. 급하게 외운 룩을 소개하는 VIP 손님 응대부터 팀원 식사 주문까지 너무 긴장되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