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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Sep 29. 2020

아기곰 삼형제 2020 feat. 레버리지투자

초단편선


 옛날 옛날에 아기곰 삼 형제가 살았어요. 나이가 차 독립을 하게 된 아기곰 삼 형제 중 첫째는 지푸라기로 된 집을, 둘째는 나무로 된 집을, 막내는 철근콘크리트로 된 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늑대 한 마리가 첫째의 집에 찾아왔어요. 긴 주둥이로 바람을 불자 지푸라기로 된 집은 모두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늑대는 웃으며 말했어요.


  “게으른 돼지 같으니, 지푸라기로 집을 짓다니 내 먹이가 되어도 싸다.”


  하지만 늑대의 예상과 달리 그곳에는 200kg이 넘는 근육질의 첫째 곰이 살고 있었기에 그저 눈치를 보다 도망쳤지만, 그렇다고 날아간 집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첫째 곰은 하는 수 없이 서울역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그즈음 둘째 곰의 나무집에는 고지서가 날아와 있었습니다. 열악한 반지하에 방한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둘째 곰은 잦은 냉난방으로 누진세 폭탄을 맞았어요. 마침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둘째 곰은 두더지에게 집을 넘기고 집값이 싼 지방으로 내려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니 형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서울역에 도착한 둘째는 노숙자가 된 첫째를 보며 말했어요.


  “용역이 들이닥쳐서 집을 다 박살 냈지 뭐냐, 너는 여기 웬일이야?”


  “반지하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집 팔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

  나무집을 판 둘째의 주머니에는 지방의 월세방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보증금이 있었어요. 둘째는 함께 내려가자는 첫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월세를 첫째가 부담하기로 했거든요.)


  “그럼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막내 얼굴이나 한번 보는 게 어떠냐?”

  “좋습니다 형님.”     

  

  첫째 곰과 둘째 곰은 반포동의 막내를 보러 지하철에 올랐어요. 사람들은 둘째 곰의 초라한 행색과 첫째 곰의 지독한 악취에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도망치듯 지하철에서 내린 둘은 마중 나온 막내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양복을 빼입고 롤렉스 시계를 찬 막내의 모습은 둘의 행색과 너무나 달라 보였기 때문입니다.


  “형님들 대한민국은 부동산이에요. 대출이라도 받아서 라도 집을 샀어야죠 그러니까, 오르면 팔고, 대출금 갚고 차익만 챙겨요. 그거만 몇 번 반복해도 저처럼 살 수 있어요. 집값은 어차피 오를 수밖에 없어요. 부동산 정책이요? 걱정할 거 없어요. 저만 믿고 해 보라니 까요? 이게 그렇게 어려워요? 주부 대학생도 요즘 다 하던데….”

 

  막내의 말에 설득된 두 형제는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모두 받아 집을 샀습니다. 저금리 대출의 이자는 견딜 만했고 막내의 말대로 정부의 규제는 아무런 실효성도 없었어요. 주부와 대학생까지 끼어든 투기판은 날이 갈수록 과열되었고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어올랐습니다.


  다음 해 여름 거짓말처럼 금리가 오르고 이상한 기류가 흐르더니 엄청난 물량의 주택이 공급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왔어요. 3억짜리 집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고 레버리지 투자에 올인했던 첫째와 둘째는 빚쟁이가 되어 서울역에 노숙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아, 막내는 잘 알고 지내던 은행 총재의 조언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인맥이라는 사실을, 막내는 알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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