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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Sep 29. 2020

소피아 여자 중학교의 슬픔






  중학교 2학년에 막 올라온 민하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아버지의 직장문제로 새로 이사 온 동네는 1912년 목포에서 들어온 선교사들이 광주천을 타고 들어와 공동묘지를 싼 값에 매입해 처음 교회를 세운 성지였고, 주변에는 100년 역사의 교회만 2개, 온갖 지파의 교회와 사이비까지 가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학대학을 비롯한 중. 고등학교 미션스쿨이 많았는데 살레지오 고등학교, 소피아 여자 중학교, 마리아 중학교 등 여기가 한국인지, 바티칸인지 알 수 없는 네이밍의 학교들이 즐비했다. 민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소피아 여자 중학교에 입학했다.


  "자! 우리 학교에 전학 온 민하를 위해 축송을 부르도록 합시다!"


 선생님은 교회 특유의 박수 제스처를 취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끔찍한 바리톤. 아이들이 하나 둘 따라 부르기 시작하자 벌써부터 정신적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소피아 여중은 두유로 유명한 36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급식에 고기가 나오지 않았다. 탕수육에는 표고버섯이, 햄버거 패티는 감자가 대체했다.

  물론 아이들은 착했다.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하지만 민하가 종교란에 '무교'를 적는 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하야... 그러지 말고 하느님 믿자 우리..." 짝꿍이

  "이 반에 무신론자가 있다던데?" 선생님이

  "선배! 선배 되게 유명해요 신을 안 믿는다면서요?" 후배가

  "선배로서 종교를 꼭 가졌으면 싶다..."선배가


  학교 어디를 가든 미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민하는 다음날 온몸에 십자가를 두르고 등교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한참 자라야 할 시기에 고기 섭취를 하지 못하자 어지럼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철분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5교시 수업시간, 결국 민하는 피구를 하던 도중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민... 민하야!" 천사 같은 짝꿍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다들 조용! 우리 민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다들 기도를 하자!" 체육 선생님의 목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하는 힘겹게 실눈을 뜨고 그 광경을 보았는데 우리 반 전체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가 막혀서 눈이 번쩍 뜨였다."


  "봐! 민하가 우리의 기도를 듣고 깨어났어! 아 하느님!"

  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서로를 감싸 안고 찬송가를 불렀다.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빠... 빨리...."

  "응? 민하야?"

  "빨리 119나 불러 개새끼들아! “


  민하는 말을 마치고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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