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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Oct 03. 2020

미네르바의 날개




  지옥의 솥뚜껑을 열어젖힌 것처럼 들끓었다. 스스로 태엽을 감는 밤도 지쳐버리고 말았다. 마치 아이의 손에 버려진 인형처럼 의미를 상실한 모습이었으므로 그가 거울에 비칠 때마다 퀭한 눈이 자신을 잡아먹었다. 


  그는 밤이면 창문을 보며 미네르바를 기다렸다. 지혜를 달라고. 빌었으나 며칠이고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았다. 가지마다 손사래 칠 뿐이었다. 새까만 나무들이 사악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는 낮이면 무기력과 절망을 헤쳐나갈 용기를 바랐다. 해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녹음진 나무 그늘에 가린 햇빛으로 말미암아 무겁게 가라앉았다. 초록색은 어둠에 근접한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며칠이고 그렇게 창문을 응시하던 그는 미치고 싶지 않았다. 절망과 허무 무의미로부터 벗어날 용기와 지혜를 스스로 짜낼 필요가 있었다. 더 이상 미네르바도 태양도 바라지 않았다. 그는 무겁고 날이 선 도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밖에 있는 나무를 모조리 찍어냈다. 놀랍게도 거목인 그것들은 뿌리 깊이 그의 집 앞에 박혀있었다. 그가 그 나무들을 다 베었을 때쯤, 그 나무들을 언젠가 자신이 심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다음날 그의 집 창문에는 스스로 나무를 깎아 만든 만든 횟대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태양과 마주할 수 있었을까? 미네르바를 만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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