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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l 08. 2021

큐플릭스초단편 -게비스콘을위험해

(옴니버스/초단편/미스테리)


  2013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고 티베트의 달라이라마가 중국에 독립을 요구하며 정권을 쥐었을 때, 인도 빈민가의 크리슈나씨도 기이한 종교적 체험과 함께 새로운 성인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무려 36시간 동안 사어(死語)인 고대 인도어를 쏟아낸 이후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인간이 되어 사람들에게 사랑과 치유를 전파했던 것이다.


  크리슈나씨는 불가촉천민 계급으로 중풍을 앓는 노모를 모셨다. 아들 핫산은 어떤가 하면, ‘생양아치’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고 아내는 크샤트리아 집안에 하녀일을 하다가 주인과 눈이 맞아 달아 난지 오래였다. 괴로운 일상은 크리슈나씨를 ‘만성두통’이라는 끔찍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생각에 체해서 그래, 소화제를 뇌에 쓰면 어떨까? 뇌나 장이나 생긴 것도 비슷한데….’


  크리슈나씨는 이 생각에 따라 노모가 쓰던 링겔에 게비스콘 2통을 녹여 담은 다음 자신의 정맥에 꽂았다. 혈관을 타고 돌다 뇌에 닿을 터였다. 그날 밤 그는 기묘한 꿈을 꾸었다. 휜 옷을 입은 소방관들이 자신의 뇌 속에 들이닥쳐 흰 액체를 마구 분사하는 꿈이었다. 잠시 후 검고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어떤 것’이 하수관 터지듯 쏟아졌다. 


  크리슈나씨는 눈을 뜨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방언의 시작’, 방언이 시작되고 12시간 후 세계 각기의 언어 전문가가 그의 방언을 녹취해 해석하려 했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었다. 본인에게 직접 물었을 땐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함구할 뿐이었다. 음모론자들은 그의 말이 ‘세계 종말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하기도 했고 ‘영생의 비밀이 담긴 주문’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게 사실 노모에 대한 원망과 자식에 대한 실망, 아내에 대한 저주가 담긴 36시간짜리 욕설이란 걸 아는 사람은, 아직도 크리슈나씨 본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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