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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Aug 03. 2021

새로운 일에 대한 소고


  올해 초에는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부터 이직, 사업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 갔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근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힘들게 구한 직장인데, 정책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사실 이렇게 길게 다닐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다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세상 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질서와 혼돈이라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퇴근을 하는 건 질서고,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서는 건 혼돈입니다. 질서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며 정적이고, 혼돈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하며 역동적입니다. 저는 어쩌면 더 이상 혼돈에 몸을 내맡기기 싫은 뒷방 늙은이 같은 마인드로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이 정적이고 지루한 일상이 저에게 주어진 일말의 평화가 아닐까 자위하기도 합니다.


  만화나 영화에서 노력은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인 것으로 그려지지만, 현실에서의 노력은 정적이고 지루합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이 말을 항상 기억하려고 합니다. 우울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퇴사고 두 번째가 애인과 헤어지는 것 or 갑자기 결혼하는 것이라고 하죠. 한 발짝 떨어져서 존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겨울 같은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다시 생생 해지는 시기가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생활은 뭔가 지루하지 뭡니까, 그래서 작년 이맘때쯤 호기롭게 퇴사 선언을 했다가 일주일 만에 무르기도 했었고.. 알게 모르게 잡모아니 인크루트니 뒤적거려 봤지만, 마땅치 않았습니다.(만약 회사 관계자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부디 모른 척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회사 최고입니다.) 


  그러다 회사에 새로운 팀이 생기면서 기대 반 불안반으로 지원을 하였고, 업무를 시작한 이틀째 질서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낯설지만 약간의 혼돈은 사는데 활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접근할 수 없었던 것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기쁨 중에 하나입니다. 아마 앞으로 많은 실수를 하게 되겠지만, 잘해보겠습니다. 사실 혼돈이라고 해봐야 사는 지역을 옮긴다거나, 이직을 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만약 미래에(아마도 아주 먼 미래에)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이러한 감각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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