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즈음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저께 같지만, 벌써 4년이 지난 이야기를 이제 와서 하려니 느낌이 이상하다. 이십 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조바심이(지금 생각하면 그리 조급할 일도 아니었지만) 컸던 상태였다. 나는 5년간 다닌 직장(직업군인이었다)을 그만두고 6개월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사실상 백수에 가까웠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 둘 엎어져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것들은 '미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 미련이 시간을 늘여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아쉬움이 시간 감각을 묘하게 왜곡해 놓는 것이다.
당시 군생활을 하면서부터 병행한,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에 다니고 있었고 운이 좋게도 꽤 유명한 출판사를 다니는 형의 눈에 띌 수 있었다. 학번으로는 내가 선배였지만(사이버대는 선배/후배 그런 거 없다.) 나이가 더 많았고, 직장도 다니고 있었다.
마침 xx문고에서 진행하는 e북 장르소설 출판 프로젝트가 있으니 참여해보자는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보여준 소설이 좋았다나? 어떻게든 등단, 출판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었던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신촌에 있는 독서실에 모여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끼리 모여 있자니 오랜만에 소속감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프로젝트는 엎어졌다. 과제도 제출하고, 한 번도 빠지지 않았는데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 각자 원하는 방향이 모두 달랐고, 프로젝트를 하면 할수록 한쪽으로 수렴되기보다는 흩어지기만 했던 것 같다. 나는 혼란스러웠고, 자신감을 잃었다. 만약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따졌을 거고, 분노했을 테지만, 그땐 너무 나약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 모두 출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모호한 제안, 모호한 희망, 모호한 목표들은 이중 메시지를 준다. 그것을 받는 사람은 이내 갈피를 잃고 미완으로 남는다. 특히나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일수록 마음이 아프다. 오늘날 글을 쓴다는 건 특히 그렇다. 17년 당시는 많이 앓았고 거기서부터 한 발짝씩 멀어진 지금은 그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알고는 있지만, 종종 마음이 아프다. 한번 앓은 병이 면역력이 떨어질 때면 재발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요즘엔 매번 문학과 관련한 공모전이 있을 때마다 심사가 지연되곤 한다. 공지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단서가 따른다. 그렇다고 비례해서 여러 작품이 뽑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책의 제목처럼 '승자는 혼자다' 매번 공모전에 투고하여도 낙선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상심하지 마시라 말하고 싶다. 나의 부족함도 부족함이지만 어쩌면 희망 장사에 너무 많은 마음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