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것은 mp3란다 음악을 듣는 도구지
지금은 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지만 라떼는 mp3라는 기계로 음악을 들었다. 플래쉬 메모리라는 발전된 저장매체로 512mb라는 고용량, 무려 100곡에 달하는 음악을 저장할 수 있었다. 플랫폼은 허접했지만, 지금처럼 저작권 개념이 정착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음원을 쓸어 담을 수 있어 희미하나마 음원에 소유욕을 투영할 수 있었다.
저작권 개념이 정착하고, 혼돈의 시기를 거쳐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음악은 소유욕보다는 소비욕을 더 촉발하는 것 같다. 소유욕의 자극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희소성'이 한몫을 하는데, 무제한적으로 주어지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일상적인 어떤 것'이 되었다. 요즘은 음악 자체보다 아티스트의 매력이 더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템이 아이콘이 되는 경우가 있다. 라떼보다 더 진한 라떼인 8-90년대에는 소니의 워크맨이 그 아이콘이었다. 이때는 확실히 '음악'이 갖는 대중문화로서의 위상이 높았다. 현재도 대중문화는 힘이 세지만, 어떤 한 매체가 독식해 들어가는 시장이 아닌 마이크로-인포멀한, 개개인화된 느낌이 강하다. 그 증거로 아무리 잘 만든 드라마도 예전처럼 시청률을 60% 이상 독식해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그 시간에 유튜브로 가짜 사나이를 한편 더 본다.)
중학교/고등학교 다닐 때는 이걸 그렇게 갖고 싶었다. PC에 수백 곡씩 저장해놓으면 뭐 하냐고... 학교 갈 때도 듣고 공부(는 안 했지만) 하면서도 듣고 얼마나 좋은 것인데, 중고등학생의 경제력으로는 20만원이나 하는 MP3를 자력으로는 구매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장해놓고 보기만 하다가 어른이 된 지금, 장난감 안 사준 부모님 밑에서 키덜트가 나듯이 나도 이것들의 제품명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디자인이 참 예뻤다.) 생각난 길에 몇 개 꼽아서 올려보도록 한다.
올림푸스의 엠로브, 카메라 회사답게 고급형의 후면은 디지털카메라와 유사하다. 이미지라 크기가 커 보이는데 상당히 콤팩트 한편, 보급형은 무슨 앰플처럼 생겨서 아기자기한 맛이 난다.
국내에 판매했으나 잘 모른다. 당시엔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편이었기에 아이리버, 코원 등 국내 제품보다는 좀 희한한 제품들을 찾아봤던 것 같다.
소니의 워크맨 시리즈,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소니는 워크맨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계승해 mp3를 만들었다. 단 워크맨의 명성과 달리 화이트 노이즈(잡음)이 좀 있는 편이었다고
성능이야 지금 보면 별 의미 없고 디자인은 정말 잘 뽑았다. 맨 위 스틱형 mp3는 지금 봐도 영롱해 보이고 나머지는 좀 촌스럽긴 하지만 나름의 기계미와 개성이 있다(콩팥처럼 생긴 것이 재밌다)
아이리버 스핀, 2010년도 즈음이면 mp3도 슬슬 대화면을 채택하기 시작한다. 곧 스마트폰 하나로 영화, 음악, 그림, 웹서핑 등등 모든 것을 다 하게 되면서 mp3는 DAC도입 등 음질 면에서 차별화를 꿰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작은 시장으로 전락했다. 역시 한번 편한 것을 접하면 그 아래로는 내려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 싶다.
디자인은 미니멀하고 스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다이얼이 하나 있다. 이 제품을 끝으로 mp3에 대한 흥미를 잃어 한번 올려본다.
여기까지 MP3 디자인 리뷰 끝낸다. 다음에는 슴베찌르개를 리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