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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Sep 04. 2022

MBTI 프리토킹3, MBTI의 철학 1. 피투성




  MBTI는 대표적인 스넥컬쳐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비대면 상황에서 관계를 다질 수 있는 유용한 도구, 입시, 취업 등 획일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의 취향과 유형을 알아갈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도구로 쓰이고 있어요.


  실제로 주변에 물어봐도 이것저것 짧게 해서 친구와 공유한다거나 처음 만난 사람들과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인 동아리 활동에서는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것 자체가 깊이니, 철학이니 운운할 수 있는 검사인지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철학이란 뭘까요? 최근 영국의 한 철학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소재로 '오징어 게임의 철학'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어요. 한자로는 밝을 철에 배울 학자를 씁니다. 즉 어떤 대상이 우리에게 지혜와 깨달음을 준다면 그것은 철학 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칸트, 데카르트, 소크라테스를 대상으로 해야만 '철학을 한다'라고 볼 수 없어요. 


  다만 그 대상에 따라 얼마나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나 하는 '함량'의 문제가 있겠지요? 그 영국 철학가의 생각으로 '오징어 게임'이 철학적 탐구를 진행할 만한 '함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MBTI'가 철학적 부분에서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MBTI 검사와 해석은 상담 윤리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장소를 확보하고, 비밀을 보장하며,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윤리적 차원의 레이어가 있습니다. 거기서 한층 더 내려가보면 융의 정신분석학과 철학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차원의 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를 꼽자면


  1. 인간 다양성이 대한 인정(피투성)


  2. 삶과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인정(아모르파티)


  3. 개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난티오드로미)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투성은 인간이 내던져진 존재임을 말하는 철학적 개념입니다. 하이데거는 인간 불안의 기원이 피투성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던져진 것은 어떤 목적도 디자인된 의도도 없습니다. 다만 던져졌을 뿐이고,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제멋대로 '이미 그렇게 생겼을 뿐'입니다. 최연소 아쿠카타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부모를 죽여라'에서 '자신의 삶, 외모, 성격, 키 어느것 하나 내가 선택한 것이 없다.'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MBTI, 나아가 융의 이론은 그런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피투성에서 오는 불안을 제어합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달까요? 


  MBTI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유형 중 하나인 INTP는 소수 유형입니다. 이들은 사회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기 쉬운 유형이고 거기에 따른 불안과 갈등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MBTI를 통해 그게 나의 유형적 특징이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인식을 하게 된 순간 피투성이 주는 불안으로부터 한발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컴퓨터에 어떤 오류가 떴을 때, 지식인이나 구글에 아무런 정답이 없다면 나는 내던져진듯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지만, 아직 잘 모르더라도 답변이나 게시물이 눈에 들어온다면 우선 안심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달까요? 


  정신분석학자 융이 성격유형 이론을 만든 배경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서로 다를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해요. 이리저리 제멋대로 내던져진 세계에서 피투성을 인지하고 관찰하며 그것들을 다시 하나의 패턴으로 엮는 과정은, 추상화가 잭슨폴록의 회화 작품에서 붓으로부터 내던져진 물감이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습니다.


  종합하면 MBTI, 나아가 융의 성격유형론은 성격유형, 자아에 관안한 일종의 아카이빙 센터이고 내던져진 사람이 피투성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낄 때 '너만 그런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MBTI 프리토킹은 '아모르파티'를 주제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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