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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Oct 22. 2022

화류계 도서를 접하면서 느낀 점 ft. 레이디 크레딧

 유튜브가 대세이다 보니 강학두/꽃자 같은 성소수자 유튜버나 이여름씨 같은 전 화류계 종사자도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거부감이 크지 않다. 


  2010년 서울대 연구팀에 따르면 화류계, 유흥/성노동자까지 포함하여 그 경제 규모가 보수적으로 잡으면 6조, 미국 지하경제 조사 전문 기업에 따르면 14조에 달한다고 한다. 6조가 어떤 규모나면 코로나 이전 2019년 우리나라 영화 산업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이는18세 ~ 60세의 성인 남성이 매월 60만 원씩 지출해야 형성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한다. 유흥도 즐길 사람이 즐길 테고, 주로 사업가나 정치인,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길 테니 평균은 큰 의미가 없지만, 수치로 규모를 체감을 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빌어먹을 년들'이라는 책에서는 화류계 종사자를 두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종사하는 사람도 많으니 너무 뾰족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사회 탓이냐 하겠지만, 사회라는 커다란 바퀴가 굴러가면서 변두리에 몰린 사람이 개미지옥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어떤 구조적 맥락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한 문제를 다룬 '레이디 크레딧'에서도 소수의 취약한 사람들이 어떤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비교적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손을 뻗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당장 학자금 대출만 해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카드론 - 레이디론 - 마이킹과 순서로 빚을 지게 된,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대학생, 청년계층이 주로 6조에 달하는 지하시장의 수요를 감당한다. '한국 사회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여자는 향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는 유복하게 자란 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친구는 소프라노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고 동업하던 사람들이 아버지의 회사를 찢어가면서 경제적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한평생 편하게 살아온 어머니는 경제적 능력이 없고 남동생은 고등학생인 상황에서 친구는 화류계로 뛰어든다. 주인공 '나'는 엄청난 혼란을 느낀다. 이는 소설의 일부지만, 어쩌면 우리 선입견보다 현실에 가까울지 모른다.


  나는 화류계 종사자 개개인에 돌려진 비난과 혐오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쥐새끼처럼 숨기다가 책으로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하는 작가님의 심정에 공감하며, 개개인에 대한 관성화된 혐오보다는 사회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해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종합해 보면 심심하면 터지는 정치계, 사회계의 크고 작은 추문 사건들이 이해가 되면서 앞으로 화류계 종사자들이 좀 더 양지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있는데, 누군가는 사회적/정치적으로 그렇게 당당하고 누군가는 도덕적/사회적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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