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을 하다가 간혹 이야기가 깊게 통하는 분을 만난다. 그럼 작품 설명 외에도 이것저것 이야기가 붙는데, 최근에 읽은 책에서 바이오필리아/네크로필이아에 대한 내용을 인용해 이야기를 해보았다.
바이오필리아는 살아있는 것을 사랑한다. 삶과 죽음 그 자체를 사랑하고 처음부터 죽은 것, 예를 들면 기계나 불멸성, 무기체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네크로필리아는 죽어있는 것을 사랑한다. 컴퓨터, 재물, 이미 죽어있기에 '불멸'에 대한 착각을 심어주는 것들.
이는 다시 인공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네크로필리아, 인공적인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로리스트 분과 함께 하게 되었다. 식물을 다루는 예술임에도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를 작품에 담아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찍어낸 내 그림과 대비되어 흥미로웠다. 이미 죽은 것과 생멸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건 느낌으로 안다.
인스타,인터넷으로만 이야기했던 분들이 많이 와주셨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주고받는 그 시간이, PC 앞에서 작업에 몰두할 때보다 이젠 더 기쁘게 느껴진다.
추운 날씨에 멀리서 와주신 분들께 모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전시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