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은 9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네 사람의 인연을 다룬 왕가위 감독의 영화입니다.
중경은 홍콩은 한 도시의 이름이며 삼림은 숲, 그 안에 얽혀있는 무수한 인간관계를 나타냅니다. 영화 초반에 금성무의 내레이션으로 도시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단지 스치기만 했던 사람은 온갖 버거운 사건 끝에 다시금 짧지만 깊은 만남으로 이어지고, 또다시 멀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저는 금성무가 식당 전화기를 붙잡고(휴대폰이 아직 대중화된 시대가 아닌 배경이에요) 전 여자친구들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돌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요.
대부분 시답지 않게 전화가 끊기고, 어떤 사람은 이미 결혼을 했고... 그런 장면들 속에서 찌질하지만, 찌질할 수 있는 솔직함이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금성무는 그런 삶 중에 마주한 한 여자와 모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복숭아 통조림을 폭식하고, 새벽에 달리기를 하는 등 어쩔 줄 몰라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90년대 애니메이션에는 동료를 떠나보내고 두 남자가 삶은 계란을 꾸역꾸역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금성무에게 복숭아 통조림도 아마 그런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삶에서 그런 허기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