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에 대한 단상
문예창작학과 재학시절, 언어의 한계와 궁핍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사람은 자연계라는 하나의 큰 세계에서 오감을 가지고 태어나 그것을 통해 마음껏 상상하는 상상계에서 살다가 자라나면서 언어와 체계, 사회로 상징되는 상징계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어떤 한 세계를 잃는다.
'기묘한 병 백과'에서 도밍 작가님이 말한 '내가 분명히 느꼈음에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환상의 세계에서 유리된 채로 외부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셈이다. 시인은 그렇게 주어지는 상징계를 거부하고 다시금 상상계로 돌아가고자 시도한다. 하지만, 그 도구가 상징계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 시도는 종국에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시인 랭보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쓰러져 죽은 사막에서 가공할 만한 작업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도밍 작가님은 '이오'라는 독특한 기록자를 통해 뭉개진 차원의 '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밍 작가의 몽환적인 일러스트는 글과 함께 상상계로의 지평을 더욱 열어놓는다. 이건 나에게 문학적 파괴력으로 다가왔다.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많은 걸 느끼지만, 눈치챌 틈 없이 과제가 주어지고 하루가 사라지면서 이내 켜켜이 쌓여서 침대 밑의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질투심, 열등감, 집착, 분노 같은 것들이 살아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꽤나 징그럽고 두렵기도 하지만, 사랑, 향상심, 애착의 그림자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견딜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