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찮아요, 엄마.

by 컬러풀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내가 했던 것들이 다 학대더라고요."


부모 상담 중 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가정 폭력과 학대 관련 기사를 보다 자신의 과거를 돌이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를 이해해가는 상담 과정과 맞물렸다.


열심히 퍼즐을 맞추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한 조각을 발견했는데, 짚고 보니 그 색이 유독 검고 어둡다. 게다가 다른 퍼즐들은 고작 엄지 손가락만한데 비해 이 녀석은 너무나 커서 빈 칸에 끼우긴 커녕 다른 퍼즐들을 모두 가리게 생겼다.


많은 부모들이 이같은 경험을 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키면 아이에게 잘해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못해준 것들만 어찌나 생각이 나는지. 그러다보면 아이가 보이는 문제 행동들도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여전히 주변 환경과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죄책감에 무력감이 더해져 속이 더욱 쓰려진다.



괜찮아요, 엄마.


충분히 아프고 속상한 시간을 보낸 후에 어렵더라도 다시 한 번 퍼즐을 제대로 보아야한다. 유독 크게 보였던 퍼즐을 원래의 크기로 볼 수 있을 때, 그에 맞는 자리를 찾고 작품을 완성해갈 수 있다. 그리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보면 까만 색 퍼즐도 주변 퍼즐들과 어우러져 나름의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고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에게도 분명 강점이 있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 주장을 잘하고, 어떤 아이들은 낙천적이며, 어떤 아이들은 반성하고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다. 화가 나면 맹수 같다는 아이들이 누구보다 순수한 웃음을 보이고 사소한 칭찬에 쑥쓰러워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역시 '나는 문제아'라는 큰 퍼즐에 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옆에 서있는리가 대신 다른 퍼즐들찾아 아이에게 건네줘야 하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퍼즐을 손에 쥔 순간, 아이들은 정말 신세계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을 짓곤 한다.


이렇게 아이가 자신의 퍼즐을 맞춰가는 동안 부모에게도 유독 크게 보였던 퍼즐을 다시 볼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의 문제 행동만이 아니라 낙천적이고 노력하는 태도와 같은 좋은 면들도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던 부모와 게임에 빠져 아이를 외면한 부모는 절대로 같은 학대자가 될 수 없다. 학대와 폭력을 일삼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부모들은 오늘도 아이를 위해 끝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쉬고 싶고, 놀고 싶고, 나만을 위한 인생을 더 살고 싶지만, 아이를 위해 희생하며 우리의 부모가 우리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그렇게 우리도 부모가 되어간다. 부족했지만 노력했고, 이러한 시간이 지금의 우리를,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존재하게 해주었다. 반성하고 노력하는 당신은 학대자가 아니다. 부족하지만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엄마', '우리 아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