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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인간의 아름다움

by 컬러풀

2016년 3월 9일. 인간 바둑의 대표로 나선 이세돌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불계패했다. 4천 년만에 인간의 바둑이 인공지능에게 무너졌다는 놀라운 소식과 함께 일각에서 형성된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2, 3국에서도 이세돌은 패했다. 불안이나 걱정, 죄책감과 같은 감정 없이 오로지 프로그래밍된 목표만을 향해가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 역시 겁이 났다. 수십,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만 떠올려도 '목표만을 향해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금방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특징 역시 핵심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부재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인간'도 이런데, 하물며 감정이란 것이 아예 'A.I'의 선택과 행동 양식은떤 결과로 이어질까.


인공지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딕은 '로봇이 지배할 세상이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인간동물원을 만들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답했다. (출처:http://postshare.co.kr/archives/97138)


물론 일부에서는 잘만 사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처음 자동차가 개발되었을 때만해도 많은 이가 '살인 기계'라며 두려워했었다니 말이다. 발전된 기술은 언제나 의를 제공과 동시에 인류를 위협한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고 이를 사용하는 주체인 인간의 통제가 적절다. 로봇도 잘만 사용하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우리 삶을 편안하게 바꿔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A.I를 탑재한 로봇은 보통의 로봇과는 분명히 다르다.


구글이 2013년 인수한 Boston Dynamics의 로봇 실험 영상. '로봇 학대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이 영상은 로봇 상용화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로봇 학대 영상'이라는 다분히 인간적인 제목과 달리 저 로봇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넘어지면 일어선다'는 목표만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A.I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공부하고 발전하며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A.I를 통해 그동안 인간이 닿을 수 없던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다. 여기서 치명적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 이상의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개발자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A.I를 적절히 설정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프로그램에는 오류를 일으키는 버그가 고, 잘만 사용하면 훌륭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은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후대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보고 배운다. 아주 어린 아기들은 강아지를 보며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조금 자란 아이들은 집안 어른들의 말투를 흉내내며 웃음을 선사한다. 설사 A.I와 로봇이 환상의 콜라보를 이뤄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고 편의만을 제공한다 할지라도 미래의 아이들은 분명 이러한 로봇을 보고 배우게 될 것이다. 일부는 감정 없이 목표만을 향해가는 로봇의 모습이 더 진화된 사고 체계와 행동 양식이라는 판단을 할지도 모른다. 인간성이 없는 로봇이 아이들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인간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감정의 산물인 예술이다. 두려움 없이는 용기라는 개념도 없고, 좌절과 상처를 수용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그 안에 계산할 수 없는 깊은 인간적 경험이 배어있기에 아름다운 향기를 풍긴다. 그래서 이세돌의 도전과 승리는 존경스럽고 아름답다.


그리고 가벼워야 할 고민이 묵직하게 이어진다. 곧 다가올 로봇의 시대에 우린 과연 아름다움을 지닌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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