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너도 맞고 나도 맞아!>
“엄마, 우리도 개 키우자?”
어느 날 초등생이었던 첫째가 학교에 다녀와서 말했습니다. 반려견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떠올라 잠시 망설였지만 저는 이내 대답했습니다.
“안 돼.”
“왜 안돼? 나 강아지 키우고 싶단 말이야. 너무너무 이뻐.”
“엄마는 개가 무서워.”
제 대답에 아이가 뽀료통해 지며 토라집니다.
“치, 개가 얼마나 귀여운데... 엄마 미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엄마 심부름으로 동네에 있는 양계장에 계란을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늦은 밤, 불켜진 양계장 마당에 어린 꼬마는 홀로 들어섰습니다. 당시 캄캄한 어둠속에서 매섭게 개가 짓어대기 시작했고 주인이 올때까지 저는 공포에 온 몸이 벌벌 떨렸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주인은 놀란 저에게 마치 도둑질을 하려다 들킨 사람처럼 말했습니다. 무서움과 함께 억울함마저 더해졌고 당시 기억은 제 뇌리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아주 작은 강아지를 보더라도 저는 개를 보면 당시 기억과 느낌이 되살아나서 무섭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봅니다. 그 안경은 우리가 살아오며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경험으로 만들어진 필터입니다. 산책하고 있는 개를 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반려견이 떠올라 행복하고, 아끼던 반려견과 이별한 노인은 슬픔을 느끼며,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무서움을 느낍니다. 동일한 자극에 대해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것을 심리학자 앨버트 앨리스는 ‘당신의 감정 혹은 행동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당신이 갖는 신념의 결과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림책심리코칭, 김은미, 마음성장학교) 삶에서 경험하는 사건은 자극일 뿐 정서와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각자가 가진 합리적, 비합리적 신념체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신념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각 사람의 경험이 다르니 신념도 다른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의 신념만이 옳다고 믿고 주장할 때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과 충돌합니다. 『너도 맞고, 나도 맞아!』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통찰을 안겨 줍니다. 책에 등장하는 두 아이는 각자 세상이 초록색이고 노란색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두 말은 모두 맞으면서도 틀립니다. 여자아이는 초록색, 남자아이는 노란색 안경을 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말이 맞고 상대가 틀리지만,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면 상대도 맞습니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두 말이 모두 틀립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아이는 안경을 벗고 손을 맞잡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때 세상은 다양한 색을 드러냅니다.
실용심리학인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의 기본 전제 중 “지도는 실제 땅이 아니다The map is not the territory”(신용협, 생활 속의 NLP, 지혜와 지식)가 있습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머릿속에 지도를 만듭니다. 하지만 그 지도는 삭제·변형·일반화 과정을 거쳐 왜곡된 축소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지도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세상은 저에게 정글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평가하고 부족함을 비판하는 존재라 여겼고, 저는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나를 숨기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40대 중반 마음공부를 시작하며 알았습니다. 그 믿음은 사실이 아니라, 내 경험이 만든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요. 명상과 코칭은 왜곡된 저의 관점을 바꿔주었습니다.
명상은 저를 한 발짝 물러서서 보게 했습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넓어졌습니다. 내 입장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 제3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상은 내가 쓰고 있는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말했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다.”(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인생 2막에 접어들며 배운 코칭은 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코치는 존중과 관심을 바탕으로 질문과 경청, 피드백을 도구로 코치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돕습니다. 저는 코칭을 통해 삶을 바꾸고 성장했습니다.
그림책 심리코칭 과정에서 만난 심리학자 융의 성격발달 이론에 따르면, 인생 전반기는 외적 성장의 시기이고 후반기는 내적 성장의 시기입니다. 명상과 코칭은 제가 진짜 나를 실현하는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제가 만들어 놓은 좁은 마음에서 나와 세상을 바라보고자 오늘도 묻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