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문 밖에 사자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필터를 끼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어떤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대하는지 잘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문 밖에 사자가 있다』에서 작가는 묻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노랑이도 있고 파랑이도 있어. 문 밖에 사자가 찾아왔을 때 어떤 마음을 선택하고 싶니?”
사자가 무서워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덜덜 떨고있는 노랑이를 보며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참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항상 익숙함과 안정을 선택했지요. 소위 말하는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았고 그 안에서만 있어도 인정받고 살 수 있었기에 더욱 안주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완벽을 추구했던 제가 선택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기’였습니다.
그런 저의 방식이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며 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임원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신 팀장님을 보며 마음속으로 제발 나를 부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상사가 저를 부르면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업무를 지시 받을까 걱정스러웠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생기면 제 머릿속에서는 ‘나 이런 일 안해봤는데... ,나 이거 할 줄 모르는데, 못하면 어쩌지? 결과가 잘 안나오면 나에게 실망하실텐데....,’ 라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마치 공부를 안하고 시험을 앞둔 아이처럼 어딘가 있는 정답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사회생활은 학교 수업과 달리 정해진 답이 없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해답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임을 몰랐던 겁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하지도 못하고 도움을 청할 줄도 몰랐습니다. 부족함을 표현하는 것을 창피스럽게 느꼈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공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통계학 관련 동일한 업무만 10년 이상 하며 또다시 저만의 안전지대에서 머물렀습니다.
누구나 문 밖에 있는 사자는 무섭습니다. 두럽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용기입니다. 노랑이는 문 밖에 있는 사자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거라 말하며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덜덜 떨기만 합니다. 그러나 파랑이는 무서운 사자에게 잡아 먹히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체력을 키워 원하던 세상 구경을 마음껏 합니다.
둘이 낀 색안경은 매우 대조적입니다. 노랑이는 사자 때문에 나는 나갈 수 없다며 무서운 것을 회피합니다. 파랑이는 그래도 나가고 싶다며 자신의 욕구를 선택하고 원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노랑이가 무서워하며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안 파랑이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사자의 발톱과 이빨에 대해 연구하고 체력을 키우며 해결책에 집중합니다. 걱정만 하고 행동하지 않던 저의 모습과 노랑이는 참 닮았습니다. 파랑이의 용기와 열정, 도전 정신은 정말 멋집니다. 무엇이 파랑이를 움직였을까요? 파랑이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이 파랑이를 행동하게 했습니다. 장애물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할 때 우리는 행동할 수 있습니다. ‘야호! 드디어 나왔다!’ 문 밖으로 나온 파랑이는 환호하며 기뻐합니다. 파랑이가 느꼈을 해방감과 성취감이 저에게도 전해집니다. 파랑이는 알록달록 총천연색의 세상을 여행하며 즐깁니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걷고, 야자수에 별동별이 떨어지는 밤하늘을 감상합니다.
세상은 참 풍요롭습니다. 시원한 바람, 푸른하늘, 뭉게뭉게 피어나는 양털같은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나뭇잎들, 그 사이로 비춰지는 반짝이는 햇빛, 가끔씩 지저귀는 새소리.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 거저 주는 선물입니다. 저는 이제 좁은 방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와 세상이 주는 풍요로운 선물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부정의 색안경을 쓰는 날이면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마음을 그저 지나쳐 가버립니다. 그럴 때 저는 정신을 차리고 의식적으로 긍정의 색안경으로 바꿔 씁니다.
사자를 따돌리고 문 밖으로 나온 파랑이는 여행을 즐기다 곰을 만납니다. “이 문제를 또 어떻게 풀지?” 이런 질문을 하는 파랑이는 이번에도 멋지게 해법을 찾을거라 믿습니다. 삶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오랫동안 저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가끔씩 문제를 만날 때는 불편하고 짜증이 났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란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내가 행동하지 않을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마음속에서는 행동해야 하는 걸 알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을 때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려화합니다. 그때 대부분 노랑이처럼 사자 때문이라고 남탓을 하거나 핑계를 대고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 마음이 잠시 편할 수는 있어도 내 삶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제 ‘누구 탓이지? 나에게 왜 이런일이?’ 대신 ‘내가 책임질 일이 뭐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질문합니다.
안전지대에만 머물던 저는 안타깝게도 권고사직을 통해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사람들은 따뜻하고 저도 꽤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아름답게 살아갈 반전의 기회가 되었지요.
살면서 필연적으로 사자를 만납니다. 사자를 어떤 마음으로 대할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할 때 더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게 됨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지기! 사람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나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자신을 믿고 오늘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