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걱정주머니>
몇 년 전, 자기 사랑을 주제로 『나는 나와 사랑에 빠졌다』 전자책을 냈습니다. 처음에는 내 책이 생긴다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떨렸습니다. 하지만 발간일이 가까워질수록 설렘보다 걱정과 불안이 커졌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누워도 눈은 말똥말똥하고 심장은 쿵쾅거렸고, 가슴은 답답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불면의 날이 쌓이자 몸과 마음이 지쳐갔습니다. ‘책이 실망스럽다는 평을 들으면 어쩌지?’,‘이런 글을 왜 책으로 냈냐고 비난하면 어쩌지?’ 머릿속은 어느새 상상의 비판으로 가득 찼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늘 걱정과 불안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책 『걱정주머니』 속 주인공 세모에게 금세 감정이 이입됐습니다. 세모는 등 뒤에 걱정주머니를 짊어진 채 살아갑니다. 걱정이 많을수록 주머니는 무겁고 팽팽해집니다. ‘과자가 맛없으면, 길을 잃으면, 친구를 다치게 하면, 뒤처지면, 멋진 세모가 되지 못하면….’
걱정은 쌓이고, 몸은 무거워져 일어서기도 걷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러던 중 세모는 하늘의 별들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아름다운 별을 더 오래 보고 싶다는 열망에, 그는 주머니를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별빛, 개구리의 노랫소리, 바람의 향기를 느끼는 사이, 주머니는 스르르 열리고 별들이 속삭입니다. “너를 믿어.” 믿음으로 채워진 주머니는 하늘로 떠오르고, 세모 역시 가볍게 날아오릅니다.
하늘에서, 세모는 믿음을 품고 나는 많은 이들을 보게 됩니다. 그들과 어우러져 별이 된 세모는 이제 세상의 믿음이 됩니다.
세모는 단 한 번도 주머니를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 말에 제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저 역시도 실수할까봐, 틀릴까봐, 망설이며 살아왔습니다. 친구들과 메뉴를 고를 때도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하며 선택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내가 고른 메뉴가 채택되지 않으면, 그것조차 거절처럼 느껴졌습니다. 작은 선택에 너무 큰 의미를 두었던 겁니다.
세모가 주머니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별을 오래 보고 싶다’는 진심이었습니다. 간절한 바람이 마음에 여유를 만들고, 지금의 소리와 감각에 집중하게 했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아지져 머리가 복잡하고 걱정이 피어나 마음이 무거워질 때 집근처에 조성된 황톳길에 가서 맨발 걷기를 합니다. 촉촉하면서도 맨질맨질한 황토를 맨발로 밟으면 발바닥이 지면과 마주 닿을때마다 시원하고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아치형을 그리는 나뭇잎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와 하늘을 바라보면 몸 구석구석이 자연으로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내가 딛고 있는 땅을 느끼며 구름처럼 피어나는 모호한 걱정이나 생각대신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계절에 따라 들려오는 새소리와 풀벌레, 곤충의 소리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며 저를 현재로 데려옵니다.
살아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여기’를 느끼는 일이 아닐까요? 그럴 때 우리는 다시 여유를 되찾고,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며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제가 했던 많은 걱정은 사실 자신에 대한 믿음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냥 ‘나’이면 충분한데, 그 빈자리를 걱정이 채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걱정 대부분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달았을 때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책이 세상에 나온 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제 글을 평가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글을 통해 무언가 얻고 싶은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누군가가 제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애정의 표현인지도요. 경험과 지혜를 글로 나누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귀합니다. 그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고요.
예전에는 ‘더 멋진 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걱정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걱정을 이겨냅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 글을 읽을 당신을 떠올리며 질문합니다.
‘내 의도를 더 쉽고 따뜻하게 전하려면 어떻게 쓸까?’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려면 어떻게 쓰면 좋을까?’
미국의 영성 멘토 메리앤 윌리엄슨은 말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빛을 빛나도록 하면, 다른 사람들도 저절로 그들의 빛을 빛나게 할 것이다.”(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한국NVC출판사 재인용) 걱정 대신 믿음으로 주머니를 채운다면, 우리는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별이 되어 빛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내면에 반짝이는 빛을 지닌 아름다운 존재니까요.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