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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쓰는 충하 Jan 18. 2021

산-파도가 메아리치는 날까지.

짧고도 긴 시(時)선

세상엔 산이 참 많다.

산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산허리 어드메쯤에 있는 망부석에 얽힌 이야기,

꽃가마 타고 자신의 등을 넘어 시집가던 여인의 눈물에 얽힌 이야기,

산 구석에 버려진 주인 없는 무덤에 얽힌 이야기,

터널이 생겨 제 몸에 구멍이 난 이야기 등등.


세상엔 바다도 많다.

바다 역시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용왕을 속이고 도망간 토끼의 이야기,

가라앉은 배와 뱃사람들의 사투에 얽힌 이야기,

뱃일 나간 남편을 잃은 과부의 눈물에 얽힌 이야기,

버려진 쓰레기에 고통받는 물고기에 얽힌 이야기 등등.


산과 바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잘 모른다.



실로 그렇다.

산은 산이기에 

바다처럼 우는 법은 모른다.


하지만 산은 크게 외치면 외칠수록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더 깊고 크게 울어준다.


산을 닮을 수 있다면

높이 솟은 것보다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깊은 마음을 닮고 싶다.


언젠가 필요할 때,

당신의 파도가

내 안에서 메아리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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