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가

코로나가 남긴 것들

by 시쓰는 충하

신라의 헌강왕이 개운포를 유람하던 중, 구름과 안개가 껴 하늘이 깜깜해졌다.

왕이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은 동해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해결될 것이라 했다.

왕은 용왕을 위해 절을 짓겠다고 했고,

그러자 구름과 안개가 걷혀 날이 다시 밝아졌다.

용왕은 기뻐하며 자신의 일곱 아들과 함께 나타나 왕의 덕을 찬양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했고, 그중 한 아들이었던 처용을 서라벌로 가 왕의 정치를 돕도록 했다.

왕은 처용에게 급간의 벼슬을 내리고, 미녀를 아내로 삼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름다운 처용의 아내를 흠모했던 역신(疫神)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처용의 집에 몰래 가서 잤다. (역신: 전염병의 신)

집에 돌아온 처용은 잠자리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곧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물러났다.


서울 밝은 달밤에
밤늦게 놀고 다니다가
들어와 잠자리를 보니
가랑이(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아내의)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가?
원래 내 것이었지만
이미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아내를 범한 자신을 용서한 처용에게 감동한 역신은, 이후로 처용의 얼굴이 있는 곳에는

절대로 침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사람들은 처용의 얼굴 그림을 문에 붙여 역신의 침입(전염병의 침범)을 막았다.



처용가 배경 설화의 내용처럼 전 세계의 집집마다 처용의 얼굴을 붙여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빨리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처용가를 다시 쓴다.




처용이시여

춤을 춰 주십시오

당신의 얼굴이 있는 곳에

절대 오지 않겠다고 약조한

역신을 물리쳐 주십시오


더 이상 초가집도 한옥도 아니지마는

콘크리트 벽 속에 갇혀 사는

나약한 인간을 다시 한번

구해주십시오


오만한 인간이지만

처용이시여,

살아남으로써 회개하게 하소서


생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소서


-처용가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