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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ul 24. 2020

작가는 누구나 글럼프를 겪는다.

글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작가라면 누구나 글럼프를 겪는다. 여기서 말하는 작가는 비단 웹소설 작가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라고 썼다.


글럼프란, 글 + 슬럼프의 합성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슬럼프라는 뜻이다.

 잘 생각해 보면 어느 업계나, 어떤 일이나 슬럼프는 다 온다.

그러니 슬럼프가 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슬럼프의 극복 방법은 다 다르다. 정말 다르다. 글럼프(여기서는 글 이야기니 글럼프라고 하겠다.)는 누구나 온다. 안 오는 작가님을 뵌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도 글럼프를 여러 번 경험했다. 경험하고 느낀 건 하나다. 글럼프란 결국 성장통이다.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뭔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글럼프가 왔던 거다.

몇 달이 지나서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글럼프를 극복하고 난 이후 나는 분명히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글럼프가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글럼프가 오는 작가는 많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배고프면'글을 더 많이 쓴다.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 7과목씩 수업을 들었을 때가 글을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인간이 한계에 몰리니까 스트레스를 글에 풀려는 경향도 없잖아 있다.

알바가 너무 힘들 때, 오히려 이를 악물고 글을 썼다. 이 지긋지긋하고 거지 같은 아르바이트! 내가 글로 성공해서 앞으로 내 인생에 알바는 없다! 하고 말이다.


글럼프는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작가의 내부적인'요인에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이 너무 바쁘고, 공부가 바빠서 글을 쓸 시간이 없는 걸 우리는 글럼프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바빠서 글을 못 쓴다고 말한다.

그러니 글럼프는 외부적인 요인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100%라고 말은 못 하겠다, 내가 모르는 글럼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주변에 소위 '고생했다'라고 말하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지금은 다 잘 되시긴 했지만.


고시원에서 참치캔 하나를 나눠 먹으면서 휴대폰에 싸구려 블루투스 키보드로 글을 썼던 작가님, 결혼을 해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데 빚까지 있는 작가님, 생계 때문에 손목이 나가서 입원을 한 상태로 마감을 하다가 의사한테 노트북을 빼앗긴 작가님 등등.

고생 안 하고 무난하게 작가가 된 분들도 있지만, 내가 한 고생은 고생 축에도 못 들 정도로 성공하기까지 히스토리가 많았던 분들도 있다.


이쯤 되니 배고파야 글을 쓴다는 말은 정말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기성 작가들끼리 글이 안 써진다고 하면 '배가 덜 고파서 그래요!' 하고 (물론, 친한 사람들끼리 ㅡㅡ; 안 친한 작가에게 이런 말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 농담을 한다. 농담이다! 농담!


글럼프는 작가라면 누구에게나 온다. 소위 기성작가들은 기성 작가들만의 고충이 있고,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님들은 그런 작가님들만의 고충이 있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한 말이지만 '글럼프'는 지극히 개인적인 거다. 그러니 잘 파는 작가님이 글 쓰기 힘들다고 말 해도 '나는 작가님처럼만 돈 벌면 글럼프 안 올 것 같은데요.'라는 말은 절대 금물이다.

굉장히 무례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지망생 작가님들이 많고, 거기서 상처를 받았다고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뭐가 됐든 글럼프의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100% 맞는 말도 아니고, 이거 외에도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을 수 있다.)


1. 의지박약형


의지박약형 글럼프로 주로 써야 할 글이 있는데 글이 안 나오는 글럼프를 말한다. 그러니까 계약작이 있는데 쓰기 싫어~~ 뒷 내용이 생각 안 나~~ 이런 류의 글럼프를 말한다. 여느 글럼프나 다 똑같지만, 글럼프가 오면 작가들은 다들 '현실 도피'를 한다.


작가는 현실도피를 하기 굉장히 쉬운 직업이다. 마감이 있다고 해도, 내가 오늘 글을 안 쓴다고 해서 잔소리를 할 사람도 없고, 막말로 안 되면 휴재하면 된다. 그리고 세상에 재미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가.


다른 작가의 웹소설은 왜 이렇게 재밌고 잘 쓰는 것 같고, 유튜브도 있지, 웹툰도 있지, 드라마도 있지, 인방도 있지 즐길건 천지다.


의지 박약형이라고 이유를 붙인건 간단하다. 이 경우 해법은 그냥 죽어라 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써야 하는데 쓰기 싫은 것. 마치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공부를 하기 싫은 것과 똑같은 거다.


보통 이 글럼프가 오는 경우는 '작품'때문인 케이스가 많다. 정말 신기하게도 A작품은 쓰기 싫은데, 갑자기 키보드 잡고 신작을 구상하면 신작은 또 써진다. 이런 게 익숙해지는 작가님들이 소위 말하는 지름작의 늪에 빠져서 지름작을 좀 쓰다가 질리면 신작 쓰고, 질리면 신작 쓰고 하는 행위를 반복하기가 쉽다.


왜 이런 글럼프가 오는가? 하고 돌이켜보면 답은 간단하다. 그 글이 '지름작'이기 때문이다. 지름작의 한계는 명확하다. 처음에는 재미있는데, 일정 분량 혹은 어느 정도가 되면 재미가 급감하고 뒤로 갈수록 쓰기 싫어진다. 계약이 안 되어 있다면 그냥 연중 하고 엎으면 된다.  그런데 계약이 되어 있으면?


나는 이미 재미가 급감해서 쓰기 싫은데, 써야 한다. 그런데 쓰기 싫다. 그러므로 계속 미뤄두고 '글럼프'가 왔다고 말한다. 사실 글럼프라는게 별거 없다. 그냥 글이 쓰기 싫은 거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질렀는데, 생각보다 잘 돼서 완결을 내야만 했을 때.

기성 작가와 소위 말하는 지망생 작가의 차이는 한 끗, 종이 한 장의 사소한 차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


이제 막 계약을 하신 작가님들은 중 이걸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출판사에 계속 원고를 미루거나, 신작을 쓰다가 걸리거나, 그러다가 부랴부랴 쓰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마감을 한다. 기성작가님들은 그냥 이 악물고 쓰고 을 쓴다. 빨리 쓰고 차기작을 쓴다.


근데 사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최근 들어 주 2~3회 개인 PT를 받는다. 아침마다 받는데, 이상하게 PT가 있는 날은 일찍 일어날 수 있는데 PT가 없는 날에는 매일 늦게 일어난다.


 PT 선생님이 개인 운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PT가 없는 날에는 늦게 일어나고 결국 늦게 일어났으니까 사무실에 가서 글이나 써야지. 하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ㅠㅠ 고쳐 보려고 노력 중인데 잘 안 된다.)


왜 이럴까 고민을 해 봤는데, 실은 당장 아쉬운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막상 또 개인 운동을 나가면 하긴 한다. 그냥 하면 되는데! 이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경우 재작년 여름에 이 글럼프가 왔다. 정말 글 쓰기 너무 싫은 여름이었고, 최악의 여름이었다. 해결 방법은 그냥 하루에 3천 자(공백 포함)만 썼다. 그 이상은 쓰지도 않았고, 노트북을 덮고 쳐다도 보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니 어느 순간 조금씩 글의 양이 늘어났고 정신을 차리니 완결을 내고 차기작을 쓰고 있었다.


하루에 한편이 아니어도 좋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글을 쓴 후, 그 뒤 남은 시간을 마음 편하게 노는 게 나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시간이 해결해 줬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웹소설 작가가 됐든, 어떤 작가가 됐든. 혹은 어떤 분야가 됐든. 취미가 직업이 되는 순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게 되는 제약이 생기는 것 같다.

웹소설 작가도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돈을 벌면 좋겠는데, 정말 때로는 내가 쓰기 싫은 글도 써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 쓰기 싫은 글도 내 글처럼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내글구려형


3천 자를 썼다. 다시 위로 가서 읽어보니까 문장이 거지 같다. 그러 나는 왜 이거밖에 못 쓴 거지? 아, 이 문장 마음에 안 드는데. 이 단어 말고 좀 더 멋있는 단어가 없을까? ㅇㅇ작가는 오늘 하루에 1만 자를 썼다는데 나는 3시간 동안 3천 자를 썼네? 나는 쓰레기 인가? 내 글은 왜 이렇게 구리지?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내 글 구려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도 이렇게 느끼는 분들도 있으니 그냥 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글이 구리다고 말하는 건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글에 대해 욕심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즉,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 타입에 가깝다.


보통 이런 작가님들은 문장 하나하나, 대사 하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손이 느린 편이다. 그리고 약간의 문장 욕심도 있다.


웹소설은 순문학과 다르게 문장을 잘 쓸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작가님들에게는 아무리 그렇게 말 해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이건 웹소설이니, 순문학이니, 수필이니를 떠나 그냥 '순전히 자기 욕심'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글구려 글럼프가 오는 작가는 아니다.

문장욕심이 없는 편이다. 다만 이런 분들을 많이 뵀기 때문에(작가 중에 많고) 알 뿐이다.


이런 작가님들은 정말 괴로워하면서 글을 쓴다. 신인 기성 상관없이 오지만 경우가 좀 다르다.


신인 작가님들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완결을 못 낸다. 왜냐하면 이 경우 무한 리메이크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계속 앞부분을 고치고, 위를 고치고 그러다 보면 결국 1화만 몇 번을 뜯어고쳤는지 모르게 되고, 그렇게 다시 봤는데도 1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성 작가님들의 경우에는 정말 엄청 스트레스받으면서 글을 쓰신다. 불면증이나 약을 먹으면서 글 쓰시는 분들 여럿 봤다. 하루에 10시간씩 매달려서, 겨우겨우 매일매일 한편을 올리면서 버틴다. 그렇게 한 질, 두 질 완결을 내지만 매번 글을 쓸 때마다 힘들어하신다.


욕심이 많은 건 좋다. 그런데 그 욕심이 과해서 스스로를 갉아먹을 지경이 되면 힘들다. 그러니 조금은, 정말 조금은 스스로를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것도 위에 말 한 운동! 예시처럼 말이야 쉽지만 ㅠㅠ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포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3. 습관성글럼프


습관성 글럼프라고 하는데, 그냥 주변에 매일 '글 쓰기 싫다.' '오늘 0자예요' '맨날 글럼프야!'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작가님들을 말한다.

일단 내 주변 기성 작가님들 중에서는 본 적이 없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게! 그냥 글 쓰기 힘들다! 와 습관성 글럼프는 좀 다르다.


기성 작가의 <글쓰기 힘들다>는 그냥 입버릇이라고 보면 된다. 직장인도 맨날 '아, 출근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렇게 말 안 하고 출근 안 하고, 일 안 하는 직장인은 세상에 없다.

그리고 출근하기 싫다는 직장인에게 '퇴사하세요.' 하는 말을 농담처럼 하는 것도 웃긴 경우다. 그러니 그냥 기성들의 글쓰기 싫다, 힘들다 = 출근하기 싫다.로 보면 된다,

아니, 맨날 글 쓰기 싫대 놓고 하루에 5 천자씩 꼬박꼬박 써!


여기서 말 하는 습관성 글럼프는 글 쓰기 싫다고 말해 놓고 진짜 안 쓰는 사람을 말한다. 병으로 치면 꽤 병 같은 거다.

그러니까 주로 단톡에서 만날 수 있는, 단톡 작가님이다. 맨날 뭐해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마감이 언제까지인데. 근데 글럼프라 안 써져요. 하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그런데 놀 거 다 놀고, 할거 다 하면서 글 쓸 시간은 없고, 글 안 써진다고 매일매일 징징거린다.


나의 작가 지론인데.

작가는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작가니까!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예를 들어보자, 회사에 다니지 않는 사람을 직장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직장인이라면 회사에 다녀야 한다. 왜! 그것이 직장인이니까!


그런데 작가는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작가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 한 작품을 냈는데, 그다음에 단톡에서 원고 해야지, 혹은 마감해야지 해 놓고 글은 안 쓰고 다른 짓을 한다.

친한 작가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는 그냥 대놓고 말한다.

ㅇㅇ작가님 솔직히 작가로 안 본다고. 내가 그분 안게 2년 전인데, 2년 동안 한 작품도 안 냈으면서 맨날 단톡만 한다고.


이 습관성 글럼프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작가 단톡 그만하고, 주변에 글럼프라고 자랑하지 말고, 글을 쓸 거면 쓰든가, 아니면 그냥 쓰질 말고 다른 일을 하면 된다.


4. 갈팡질팡형


이건 개인적으로 한 질, 두 질 출간하고. 1~2년 차가 된 작가님들에게 오는 글 럼프라고 보면 된다. 소위 말하는 '어설픈 신인'시절 때를 말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시절은 온다.

예를 들어보자.


완벽한 신인이었을 때는 웹소설이 뭐죠? 출간이 뭐죠? 7:3? 플랫폼? 글을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배워야 할 것들도 너무 많고 모르는 것들도 너무 많다. 그래도 1년이나 2 작품 정도 출간을 해 보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면 이제 다른 작가님들에게 조언도 해 줄 수 있을 레벨이 되고, 굳이 조언을 얻지 않아도 출간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럼 내가 글을 잘 쓰면 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내가 글만 잘 쓰면 되고, 잘 팔면 되는데 그게 정말 어렵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된다. 그때부터 글럼프가 오기 시작하고, 업계에 대해 회의감이 오기 시작한다. 특히 첫 작품, 두 번째 작품까지는 그래도 그나마 기대라는 걸 해 본다. 첫 작품은 돈이 안 돼도 경험 삼아서 해 볼 수 있지! 두 번째 출간을 한다. 이번에는 전에 했으니까 그것보다는 잘할 수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매출은 나온다. 신인 시절에는 핑곗거리라도 있다. 출판사가 이상한 곳이었어! 표지가 엉망이었어! 프로모션을 받았어! 내가 몰라서 그래.

이번에는  표지도 완벽하고, 플랫폼도 완벽하고, 출판사도 오케이, 프로모션도 1 티어급은 아니지만 내 수준에 이 정도면 잘 받은 거지! 좋아, 이제 팔리는 일만 남았어.


기대했던 것보다 돈이 안 된다.

어, 이번엔 문젯거리가 하나도 없는데 왜 매출이 안 나오지? 그럼 정말 내 글 때문인가? 다음번에도 이 매출이 나온다고? 내가 글을 못 써서 그러는 건가? 그럼 어떻게 하지?


여기서부터 업계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면 여기서 많은 신인 작가님들이 무너지고, 업계를 뜬다.

소위 말하는 '한두 질 내보고 사라지는 작가'들은 다 이런 맥락으로 사라진다. 주변에 1~2년씩 지켜봤던 작가님들 중에서 이렇게 사라지시거나, 다른 일 하시거나 글판 뜨시는 분들 많이 뵀다.


그런데 원래 이 업계는 그런 업계다. 받을 거 다 받아도 돈 벌기가 힘드니, 아는 작가들이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업계다.


잘 쓰면 된다. 흔히 갓작IS뭔들 이런다.

근데 작에는 다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 최소한의 운이라도 작용을 한다. 그런데 운은 한때다.

예를 들어 첫 작품이 운으로 잘 됐으면, 두 번째 작품은 높은 확률로 망한다. (이런 작가님들을 정말 많이 뵀다.)


내 실력이 80%인데, 운으로 200% 성공했다고 치자. (그래도 돈은 많이 벌었겠지만) 그러면 그 작가님의 차기작은 망하거나, 아니면 원히트 원더로 조용히 사라진다.

왜냐하면 내 실력은 80%인데, 나는 200%가 내 실력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부터 글을 썼는데, 눈은 이미 높아졌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매출 인기 등) 때문에 글을 쓰기가 힘들어진다.


이 경우에도 내려놓기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이 케이스에 해당하는 몇몇 작가님들의 경우에는 '거만해'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당신이 잘난 이유가 1도 없는데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쨌든 경우에는 계속 글을 쓰거나, 혹은 다른 장르로 이사를 가거나, 혹은 글을 접고 다른 일을 하거나이다.


일단 다른 장르를 깔짝거리는 거 좋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다른 장르에서 넘어오시는 작가님들은 꼭 타 장르를 쉽게 보거나 후려치는 경향이 있다.

내 장르가 돈 벌기 힘든 만큼 다른 장르도 똑같이 돈 벌기 힘들고, 내 장르 작가님들이 장르에 애정이 있는 것처럼 다른 장르 작가님들도 그 장르에 애정이 있다.

그러니 최소한 로판을 쓸 거면, BL을 쓸 거면, 판타지, 로맨스로 이사 갈 거면! 내 장르가 아닌 장르를 쓸 거면 최소한 그 장르에 대한 공부는 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


그리고 을 계속 쓸 거라면 이제 꿈에서 깨야 할 시간이다.

신인 작가님들은 탑 티어를 보지만, 기성 작가들은 탑 티어를 보지 않는다. 내가 벌 수 있는 선에서 현실적인 금액과 구체적인 목표를 잡는다.


 아니면 웹소설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글이 인생의 전부 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글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5. 부담형


이 경우도 있다. 이건 부담형인데, 생각보다 내 글이 너무 잘 됐을 경우. 그러니까 내가 예상한 범위를 뛰어 넘어서 잘 됐을 경우를 말한다.


이를테면 첫 작품에 너무 잘됐을 경우, 뒤로 갈수록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완결을 내기가 힘들어진다.

이건 정말 겪어 본 사람만 안다. 실은 내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어느 순간, 덧글 창을 들어가기가 힘들어지고. 누군가 내 글에 대해 말 하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고, 덧글에 대해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실제로 이러다가 정신과 약까지 챙겨 드시는 분들도 많다. (유명 작가님들 중에서도 몇 명씩 건너 건너 알고 있다.)


웬만한 멘털? 이건 멘털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냥 힘들다. 아마 웹소설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혹은 지망생이라면 공감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은 자기가 힘들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까 번아웃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쓰다가 쓰러진다. 나 또한 그랬다.


아,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느 순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들고 횡단보도를 걷는데 숨이 차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었다고도 생각한다.


그걸 계기로 깨달았다. 아, 내가 많이 힘들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구나. 그리고 그 길로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몸이 정말 쓰레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정신과까지 가지는 않았다. 나는 사실 안 좋은 단점이 있는데, 내가 힘들다 싶으면 '빠르게 포기'하는 버릇이 있다. 내 인생은 포기와 실패의 연속이었고, 나는 남들보다 '포기하는 것'을 잘한다.


단점은 곧 장점이기도 하다. 안 돼? 그러면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그렇다. 내가 힘들다는 걸 안 순간 마음을 내려놓았다. 덧글을 안 보기 시작했고, 독자들의 욕이 달리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고 (그래서 욕은 엄청 먹었다고 한다.) 매출도 포기하고 글을 썼다. (당연히 매출은 폭망 했다. 독자에게는 용두 사망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그 당시의 나는 너무나 힘들어 있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냥 내 역량이 거기까지였다고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저어어엉말 가끔 약을 먹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까지 모두가 손뼉 칠만한 엔딩을 내는 작가님이 계신다.


그러니까 '갓'작가님인 거고, 그러니까 '잘 파는 작가님'인 거다.

그 스트레스, 소위 말하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완결을 낸 분은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분들이 그만한 돈을 벌 만한 자격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최근에 모바일 게임 하나를 시작했다. 그런데 먼저 시작한 작가님이 꽤 고인물이다. 그 작가님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아니! 같은 캐릭터인데 어찌 이렇게 다를 수가!

작가님에게 '저도 작가님처럼 쎄 지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작가님이 '돈과 시간은 배신하지 않아요!'라고 말해주셨다.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맞는 말이다.

적어도 성장형 RPG 게임은 몬스터 한 마리를 죽이면 100 골드, 300 exp 일정하게 준다.

몬스터 100마리를 잡으면 레벨업이라는 보상이 있다.

n만큼의 노동을 했을 때 = n+이라는 기댓값이 명확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N만큼의 시간과 노동을 투자했을 때, 내가 투자한 노동의 가치도 알 수 없을뿐더러 결과치도 일정하지 않다.


글은 N만큼의 노동을 했을 때, 웬만하면 N+의 기댓값이 나온다.

내가 오늘 8시간 동안 한 노동에 대해 볼 수 없다면, 글은 내가 오늘 한 노동을 '글'이라는 명확한 매체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다.


100일 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한 결과물을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글 외에 다른 직업과 분야들이 전부 글과 반대된다는 건 아니다. 그냥 글을 쓰는 게 좋은 이유이다.


오늘 내가 일을 하고, 돈이 되든 돈이 되지 않든 그것을 직접 볼 수 있는 직업을 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글에는 '끝'이 있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조금씩 쓰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난다.


사람 느끼는 거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작가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지점에서 비슷하게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러니 무슨 글이든, 힘을 냈으면 좋겠고 완결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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