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흔히들 '영감'이라고 말하는데, 영감이라는 게 진짜로 있나?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나를 기준으로 말하면 영감이라는 게 하여튼 있긴 있다.
한 번씩 번뜩하고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 그걸 메모를 한다.
그런데 이 영감이라는 게 정말 언제 올진 아무도 모른다. 소설이 막힐 때는 자다가도 갑자기 번뜩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휴대폰 메모장이 켜져 있는데, 거기에 스토리가 적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예전에는 메모하는 습관이 어쩌고 말을 하긴 했지만, 요즘은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메모는 어렵지 않으니 굳이 메모하는 습관 같은걸 가질 필요는 없다.
웹소설 작가를 다짐하면서 나름대로 정한 초심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이야기를 하자.'였다.
그런데 일이라는 게 다 그렇듯,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글도 쓰게 될 때가 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에이, 설마 이게 잘 되겠어? 싶은 글들이 잘 되거나 출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혹은 과도한 수정으로 인해 어느 순간 내 글이 내 글이 아니게 될 때도 있다.
그래도 쓴다.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하지만,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쓰기 싫은 글도 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이젠 내 또 다른 초심이다.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 어느 날 자다가 문득 이런 소재로 브런치 글을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동안 이 글감이 머릿속에 사라지질 않았다.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웹소설 작가들 중에서는 정신과 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사실 이건 꼭 웹소설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긴 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긴 하지만, 대표적으로는 성적에 대한 압박 또는 과도한 완벽주의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악플 등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뉴스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악플 때문에 자살기도를 한 작가, 실제로 자살한 작가가 있다.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외에 정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글을 도저히 못 쓸 지경에 이르는 작가들도 있다.
모 연예인이 악플 때문에 자살을 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게 정말 남일 같지 않았다.
강도만 다를 뿐 경험을 해 봤기 때문이다. 그걸 견딘다는 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란 가장 무서운 직업이다.
대중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 자살기도를 두고, 정말 개념이 없는 모 유투버가 그런 발언을 했다.
"솔직히 연예인을 하려면, 대중을 상대하려면 그런 악플이 있을 거는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라고 해서 정답은 아니다.
아이돌, 연예인, 배우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악플'을 감수하고 시작을 했을까?
물론 대중에 관심은 받고 싶었겠지. 그런데 그 이전에 음악을 좋아하고, 연기를 좋아하고, 춤추는 걸 좋아해서 시작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다.
그 사람들 중에서 과연 내가 음악을 하려면 악플을 감수해야지. 하고 이 그 업계에 뛰어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웹소설 작가도 마찬가지다.
기성 작가님들을 만나면, 다들 악플을 두고 그런 건 다 감수해야죠. 하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분들의 감수는 경험에서 오는 감수다.
웹소설을 지망하는 작가님들 중에서 '저는 악플도 감수하고 소설을 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하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게 말을 하고 웹소설을 시작하는 작가는 본 적이 없다.
소설 쓰는 게 좋아서, 글 쓰는 게 좋아서, 웹소설로 대박을 치고 싶어서 시작을 한다.
네이버에 작품을 론칭했는데.
말하면 복잡하긴 한데, 네이버 론칭에는 여러 가지 모델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가장 최악의 모델로 들어갔다. = 프로모션 보장 X, 이벤트 보장 X 성적 나쁘면 아무것도 안 해줌, 단 성적이 좋을 경우에 상황 봐서 해주는 모델, 선인세도 없음.
그래도 경험 삼아 한번 해 보고 싶어 들어갔는데, 다행히 성적이 나쁘지 않게 나왔다.
이 정도면 원하는 이벤트는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덧글이 문제였다.
덧글이 나쁘다 좋다는 아니다.
이건 웹소설 작가님들이라면 공감할 수도 있는 편견인데.
모 파란색 플랫폼이 덧글이 악질이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곳에서 악의적인 덧글을 보고 글을 접으신 작가님들을 정말 많이 뵀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을 본진으로 하시는 작가님들은 매번 "그래도 거기보다는 보다는 덧글이 괜찮잖아요." "우리가 가장 심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필자도 그곳에서 론칭을 했고, 이번에는 네이버에서 론칭을 했다.
네이버 덧글을 보면서 아, 그 플랫폼보다는 덧글이 덜 심하니까 론칭하면 덧글을 볼 수 있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거의 6개월 만에 오픈을 하고 나니, 덧글 창은 들어가지도 못한다.
지인들을 통해서 나쁜 덧글만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못 들어간다.
덧글에 대해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결국, 어디가 심해요. 여기가 덜 심해요 이런 건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무료 때는 덧글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리고 무료 때는 사실 나쁜 덧글보다는 좋은 덧글이 많이 달린다. 그러나 유료로 올 수록 냉정해진다.
유료 연재를 주로 하시는 작가님들은 거의 덧글을 안 본다고 알고 있다.
기성작가들끼리 여럿 모여서, 덧글 이야기를 하면 쉴 틈이 없다. 마치 서비스 직원들이 진상 손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이런 덧글도 받아 봤어요. 저는 이런 덧글이요.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수위가 장난 아니다.
몇 개 예시로 들자면.
"작가님 돈 벌기 참 쉬우시죠?'
"이게 전업이면 돈 X 나게 편하게 버네."
같은 것도 있었고.
필자 같은 경우에는 "뇌를 비우고 발로 소설을 쓰면 이 따위 작품이 탄생하는군요."같은 게 있다.
그런데 정말 6개월 넘게 담당자와 고생하며 준비한 소설이라 아마 이 덧글을 보고 울었던 것 같다.
이거 말고도 하여튼 별의별 소리가 다 있다.
웹소설을 쓰고 싶어 하시는, 한참 머릿속이 꽃밭인 작가님들이 이런 덧글을 받을 걸 각오하고 이 업계에 뛰어들었겠는가?
지금이야 지나가더라도 이런 덧글을 보면 그냥 '아, 네가 오늘 회사에서 상사한테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ㅎㅎ 회사에서 진상 손님이 많이 괴롭혔나 보구나?'하고 넘어간다.
우리는 흔히 100원의 갑질이라고 말한다.
갑질은 꼭 백화점에서, 돈을 많이 써야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다.
물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갑질이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도 충분히 갑질을 할 수 있다.
100원을 냈으니 돈을 내고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게 뭐 어때? 이런 식으로 말하는 독자도 실제로 봤다.
모 커뮤니티에서는 대놓고 웹소설 작가들 멘털 나가게 하는 방법. 같은걸 적어서 올린 미친놈도 있었다. 그걸 즐긴다고 써 놨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들이, 같은 업계 사람들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다.
별점 테러? 악플? 같은 장르의 작가들이 몰려가서 하는 경우도 번번하다. 그러다가 걸리는 경우? 당연히 있다.
심지어 단톡 방에서 별 테하는 방법 공유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그뿐인가, 대놓고 재미있게 보고 꼭 악플을 남기는 작가도 있다. 왜 그런 짓을 하냐고 물어보면.
'저도 스트레스 풀어야죠.'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악플이 작가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알기 때문에 같은 짓을 한다.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하자면, 장문의 불호나 악플 리뷰를 남긴 사람들은 꼭 다시 찾아와서 계속 리뷰 창을 들락날락거린다. 그러다가 자기가 찔려서 리뷰를 삭제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혹은 거기에 동조를 해 주지 않으면, 얼굴 붉히면서 리뷰를 삭제하거나 왜 자기한테 나쁜 소리를 하냐며 역으로 싸우는 경우가 있다.
그걸 보고 있자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싫은 소리를 했다는 걸 알면서 작가보다 더 많이 리뷰 창을 들락날락거리면서 다른 불호 리뷰에 공감 누르고, 자기 리뷰에 싫은 소리 하면 자기도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는 사람이 왜 작가의 리뷰에는 싫은 소리를 한단 말인가.
저 미친놈 유투버가 연예인에게 했던 말이 절대 남 일이 아니다.
실제로 SNS상에는 "작가는 공인이니까 욕먹는 것도 감수해야죠."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웹소설 업계가 가장 나빠요~~ 같은 소리 할 생각 없다. 다른 직종은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 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차피 어느 바닥이나, 어떤 직업이나 다 똑같다.
그러니 작가라서 좋겠어요? 같은 것에 의미가 없다.
빛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그림자가 따라오는 법이다.
필자는 유튜브를 진짜 많이 본다.
정말 많이 본다.
거의 유일한 취미인데, 유튜브 영상은 정말 가리는 게 없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시장이 성장하면서 유투버들이 사고를 한 번씩 쳐서 언론이나 기사에 오르락내리락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조용히 가서 유튜브 채널을 검색한다. 거의 99% 구독이 되어 있는 유투버다. 그럼 조용히 구독은 해제하고 온다. ㅎㅎ
가끔 유튜브 영상에 덧글을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웹소설은 유료 결제하고 욕이라도 하지, 영상을 보는 구독자들은 영상 1건당 돈을 내고 보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광고수익이나 조회수로 수익이 발생하긴 하지만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돈을 내지 않는 이상 돈을 내고 보는 시스템은 아니니까.
영상에서 악플에 관련해 하소연을 하는 영상들을 가끔 보면, 정말 공감이 많이 된다.
사람이란 참 무섭다.
친하게 지내던 작가가 알고 봤더니 뒤에서 내 소설 욕하고 다니고, 별점 테러하고 다닌 경우도 많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사람 불신'이 생긴다.
나도 몇 번 경험을 했다.
아무리 작가가 혼자서 하는 직업이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어 버리면, 정신병이 안 오는 게 비 정상이다.
그리고 연차가 쌓일 때마다 입조심을 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하지 않기 시작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아직 론칭 초반이고,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장편으로 연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심해진다 싶으면 그냥 병원에 가 볼 생각이다.
웹소설 작가를 하면서 건강이 나빠진 사례도 진짜 많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유료 연재를 하고 난 다음부터 살이 엄청 쪘다.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하고 뒤늦게 실감을 했다.
피부가 뒤집어지거나, 장염/위염을 달고 살거나. 다들 말은 하지 않으나 병원에 다니시는 작가님들도 정말 많다.
악플이나, 과도한 완벽주의, 자기 검열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외에 갑자기 작품이 잘 돼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돌 수도 있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는데, 예상하지 못한 관심이라던지 그런 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압박감은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작가를 두고 다른 작가들은 위로의 말 대신 '그래도 그 작가는 돈 많이 벌었으니 좋겠어요.' '저도 스트레스받아도 좋으니까 그 돈 벌고 싶어요.' '돈 많이 벌으니까 스트레스받아도 되죠.'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면.
작가님은 그래도 돈 많이 버셨잖아요. 저는 돈도 못 버는걸요.라는 말을 하는 작가도 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돈을 많이 벌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된다는 말인가? 인기가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된다는 건가?
참 씁쓸한 삶이다.
그래서 웹소설 작가들은 '끼리끼리'논다. 이것도 어느 분야나 다 똑같겠지만, 비슷한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작가들끼리 뭉친다.
신인 작가님에게 기성 작가님이 아무리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라고 말 해도 그분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저는 덧글이 없는 걸요~~ 악플도 관심이라던데 악플이라도 받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단톡 방 같은 데서.)
필자도 솔직히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소리를 들으면서 이렇게까지 글을 써야 하나?'
그런데 이런 말을 생각이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에게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글을 쓴다. 글이 좋아서, 소설이 좋아서.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서 글을 쓴다.
어쨌든 웹소설 작가를 하려면, 글을 잘 쓰는 것? 그 이상으로 '멘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글을 잘 써도 멘털이 따라주지 못해 글을 접으신 작가님들도 많이 뵀다.
시장에 나오지 못한 글은 '상업 소설'이 아니라 노트북에 끄적인 메모와 같다.
아무리 글을 잘 써봤자, 멘털이 허락하지 못해 올리지 못하고 소설을 완결 짓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작가를 하려면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조절하고 이겨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소리 들으면서까지 글을 써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 그래도 글이 좋아서 계속 이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괜찮다.
그런데 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솔직하게 말해서
연예인이 무슨 대수인가?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인 이상 모두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